Photo by DmitryPichugin |
프롤로그: 믿지 못할 황당한 이야기의 시작
사하라 사막을 50회 이상 횡단한 여행 전문가이자 칼럼리스트, 크리스 스콧(Christ Scott)은 2012년 ‘고장난 차를 오토바이로 개조해 사막 탈출한 남자’라는 제목의 신문기사에 강한 호기심을 느낀다. 그는 글을 천천히 읽어가던 중 몇 가지 의문점을 가진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사하라 사막 지도를 펼쳐 영웅 같은 남자가 당했던 사고 지점을 유심히 살펴본다. (출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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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르레이. 그의 놀라운 여정
일단, 에밀리 르레이의 믿지 못할 사건은 거짓이 아닌 모두 사실이다. 그는 자신의 여정을 사진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남겼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 똑같은 소형차 2CV를 오토바이로 개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2006년 소형차를 보트로 만들어냄으로 그 자신이 ‘현실판 맥가이버’ 임을 당당히 입증해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왜 목숨을 담보로 이러한 도전을 했을까? 에밀리 르레이의 경험담 속에서 우리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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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참고사항
- 에밀리 르레이(Emile Leray) 개인의 블로그와 신문기사 그리고 그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극의 흥미를 위해 1인칭 시점으로 각색했다. (출처 2), (출처 3), (출처 4), (출처 5), (출처 6), (출처 7)
에밀리 르레이는 심지어 소형차를 보트로 개조했다. |
1999년 3월 25일 오전, 사하라 로드트립 전
우선 간단히 내 소개를 하지. 나의 이름은 에밀리 르레이(Emile Leray). 나이는 43세, 프랑스인이야. 직업은 전기 기술자. 나는 내 단짝 친구이자 애마, 시트로엥(Citroen) 2CV와 함께 여행을 해왔어. 지금까지 모로코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며 환상적인 경치를 즐겼지만,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사하라 사막을 달릴거야. 최종 목적지는 모로코 동쪽 자고라(Zagora)지만, 오늘은 탄탄(Tan-Tan)을 출발해서 므셀드(Msled)까지 운전할 계획이지. 끊임없이 펼쳐진 사막을 내 애마와 함께 달리다니 멋지지 않아? 이번이 처음이냐고? 아니야. 벌써 열 번째 여행인 만큼 사막 로드트립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어. 이렇게 여행할 수 있는 건 정말 축복이야.사막 로드트립 전 애마 2CV와 함께 |
1999년 3월 25일 오후, 틸엠셈(Tilemsem)부근
망할 경비대 녀석들(The Royal Gendarmerie)때문에 지금 기분 잡쳤어.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10일 치 식량과 물을 산 후에 20여분 정도 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임시 검문소에서 군인들이 날 세우더군. 그리고 탄탄(Tan-Tan)으로 다시 돌아가라는 거야. 이유? 현재 모로코와 서부 사하라 부족이 한참 싸우고 있어서 위험하다는 게 그 이유였어. 그래서 내가 갈려고 했던 틸엠셈(Tilemsem)이후 지역부터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하더군. 사막 경비대의 거친 성격은 악명 높다는 건 이 근처 사람들은 다 알아. 물론 나도 그들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맞아. 드러운 똥은 피하는 게 상책이야. 나는 문제를 안 만들려고 오케이하고 쿨하게 조용히 차에 타서 그곳을 빠져나오려고 했어. 거기까진 그런대로 괜찮았어.
그때 경비대 녀석 중 높은 계급을 단 녀석이 내게 한 가지 부탁을 하더군. 내 애마 뒷좌석에 자신의 부하를 태워서 탄탄(Tan-Tan)까지 같이 가줄 수 있냐고 묻는거야. 미쳤어? 세상에 어느 누가 뒷좌석에 총을 든 군인을 함부로 태우겠어. 아프리카에선 누구든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 있어. 그런 일은 흔하고 흔하지. 더군다나 여긴 사막 한복판이라고.
그래서 잔머리를 굴렸지. 내가 봐도 기막힌 변명이야. 들어봐. 우선 보험 이야기를 했어. 이 차는 운전자만 보험에 들어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은 이 차에 탈 수가 없다. 먹혔냐고? 아니. 그래서 이번엔 나는 여행 중이라 짐이 많다. 다른 사람이 타면 무게를 견디지 못해 얼마 못 가서 차가 퍼질 거다. 그랬더니 다행히도 이번엔 그 멍청이들이 믿어 주더군.
그런데 경비대 녀석들 눈매가 싸늘했어. 태워줬어야 했을까? 지금 기분에 그 녀석들이 날 따라붙은 것 같아. 만약 나를 해코지하면 어떻게 하지?
1999년 3월 25일 늦은 오후, 틸엠셈(Tilemsem)부근
Photo by Patrick Hendry on Unsplash |
출처 1) Christ Scott, 2 is for: the 2CV Motorcycle Survival Story, Sahara Overland
출처 2) Spooky, Real-Life MacGyver Builds Working Motorcycle Out of Car That Broke Down in the Desert, OddityCentral, 2012/5/23
출처 3) Leray’s Blog websit
출처 4) Meghan Neal, Man escapes African desert DOOM, turns wrecked car into DIY motorcycle, NEW YORK DAILY NEWS, 2012/7/3
출처 5) Emile Leray Survived The Desert By Building A Motorcycle From His Broken Car, HistoryGarage
출처 6) Great Big History, This Man Turned a Car Into a Motorbike to Escape the Desert, Youtube, 2017/7/17
출처 7) Midwest Dream Car Collection, Man ESCAPED the Desert by Converting a Wrecked CITROËN 2CV into a MOTORBIKE, Youtube, 2019/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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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Frederik Löwer on Unsplash |
1999년 3월 26일 오전
어제 이가 시릴 정도로 엄청 추웠어. 그리고 사막 모래 폭풍 때문에 한숨도 못 잤지. 그런데 이젠 엄청 뜨거워지기 시작하는군. 젠장. 어쨋든 어제 잠도 안 자고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나에게 두 개의 선택지가 있더군. 여기서 짐을 꾸려 도로 쪽으로 걸어가는 거야. 그리고 도로를 따라 쭉 걸으면 분명 이틀 안에 탄탄(Tan-Tan)에 도찰할 거야. 열흘 치 물과 식량이 있으니 충분해. 또 하나는… 이건 좀 정신 나간 생각인데 내 애마를 분해해서 오토바이로 만드는 거야. 망치나 소형 용접기는 없지만 일단 쇠톱, 드라이버 같은 기본 장비가 있으니 해볼 만 해. 삼일 정도면 완성해서 이 빌어먹을 사막을 멋지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
고민 좀 해봤는데 역시 두 번째 방법이 나을 것 같아. 나 혼자 빠져나가면 내 짐과 애마는 어떻게 하라고. 분명 내가 여기 다시 돌아오기 전에 사막에 있는 누가 ‘얼씨구나!’ 하고 다 가져가 버릴게 분명해. 어차피 힘들게 걸어서 사람이 있는 곳에 가는 3일이나, 나만의 멋진 오토바이를 만들어내는 3일이나 똑같잖아. 그리고 이런 멋진 계획은 늘 상상만 해왔지 실현할 기회가 없었어. 난 나를 믿어. 멋지게 해내보이겠어.
1999년 3월 26일 오후
오전에 차를 본격적으로 분해하기 전 간단하게 잠잘 나의 집을 만들었어. 차의 불필요한 섀시를 제거해서 모래폭풍을 막아줄 수 있게 했어. 그리고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양말로 팔토시를 만들었어. 멋은 없지만 그런대로 쓸만해. 이젠 낮에 태양을 피할 옷, 그리고 밤에 추위를 피할 집이 생겼어.
이제 일을 해볼까. 쇠톱으로 휠 암을 제거하고 전면과 후면의 차 섀시를 떼어서 붙일 거야. 그런 다음 엔진과 기어 박스를 중앙에 배치하고, 배터리와 연료 탱크를 넣을 공간도 확보할 거야. 그렇지. 운전할 수 있는 스티어링 시스템과 레이아웃을 무시하면 안 되지. 균형을 잘 맞추지 않으면 조금 가다 금방 넘어지니깐. 그리고 수하물을 위한 공간을 확보해야겠어. 할일이 정말 많겠군.
1999년 3월 27일 오후
드릴이나 용접 스테이션의 도움 없이 사막 한복판에서 기계를 조립한다는 건 역시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차에서 오토바이에서 부품을 떼어내는 일도 힘들었지만, 기계를 조립하는 일이 더 힘들었지. 필요한 금속 조각을 쇠톱으로 긁어서 약하게 만든후 90°로 접어 가장자리를 만들었어. 그리고 섀시나 엔진 박스 장치의 원래 구멍에 나사로 조여 다른 부품을 조립해나갔어. 힘들었지만 어느 정도 기본 골격은 완성했어. 내일이면 이 곳을 탈출할거야. 내일이면 차가운 얼음물을 마시며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쐬고 있겠지.
1999년 3월 29일 오후
젠장맞을. 난 이 일을 너무 쉽고 간단하게만 생각했어. 그저 마냥 긍정적으로만 본거야.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식하면 용감한 법이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우선, 배기가스를 분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지 않아서 코와 귀에 유독 가스가 들어와. 매연 때문에 지금도 머리가 아파. 둘째로, 브레이크 장치가 없어서 정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특히 언제 부딪칠지 모를 바위가 많은 이런 곳에서는 브레이크가 필수적이야. 또 문제가 있어. 발의 궤적을 제어할 수 있는 발 받침대가 없어서 쉽게 균형을 잃어버려. 조금 속도를 높이면 금방 쓰러지고 말 거야. 쉽지 않겠지만, 이 모든 숙제를 반드시 다 해결해야 오토바이를 움직이게 만들 수 있어. 근데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1999년 3월 31일 오전
젠장. 오늘 큰 사고가 있었어. 프로토타입 오토바이를 시 운전하다가 그만 넘어져 버렸지. 200킬로가 넘는 고철 밑에 내 다리가 깔릴 뻔 했어. 그나마 운좋게 큰 사고는 면했지만 아직 다리와 허리가 욱신거려. 그런데 이상해. 실패했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편해. 왠지 알아? 솔직히 만들다가 안되면 포기하고 걸어가면 되겠지란 생각을 계속 가져왔었거든. 하지만, 이제 이 빌어먹을 부상 때문에 사막을 걸어서 횡단하기엔 무리야. 그래 맞아. 이젠 돌아갈 길은 없어. 결국 내가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이 기계가 굴러가게 만들어야만해. 이젠 목표는 단 하나야. 고민 없이 하나의 일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이 거지 같은 상황이 우습지만 그래도 이게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드네.
1999년 4월 1일 늦은 밤
오늘은 무척 피곤해. 하루 종일 클러치하고 엑셀레이터를 조정했어. 그리고 최적의 작동을 위해 부품들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일을 몇 번이고 반복했어. 게다가 테스트를 하는 동안 몇 번을 넘어졌는지 몰라. 그래도 그 중 가장 힘들었던 건 이 무거운 녀석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였지. 아 맞다. 이 무거운 고철 오토바이의 이름을 생각해냈어. ‘강철 낙타’ 멋지지? 반드시 이 강철 낙타로 사막을 달려보일거야. 반드시 꼭 해내고 말겠어.
1999년 4월 3일 늦은 밤
유난히 모래폭풍이 심해서 잠을 잘 수가 없어. 웅웅 거리는 소리 뒤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 나약해지면 안 돼. 여기서 포기하면 이 녀석들 저녁밥이 될 거야. 힘들어도 끝까지 버텨보자. 결국 이기는 건 나야. 해낼 거야. 난 해낼 수 있어.
1999년 4월 5일 오후
드디어 이 날이 오고 말았어. 믿을 수가 없어. 3일을 예상했던 ‘강철 낙타’를 12일 만에 마침내 완성했어. 포기하고 싶던 순간도 정말 많았고, 죽을 뻔한 적도 손으로 꼽을 정도였어. 하지만, 결국 내가 해냈어. 가슴이 벅 차오르는 것을 진정시키고 내가 머물렀던 장소를 깨끗이 정리했어. 그리고 1리터 반 정도 남은 물과 식량, 정비 도구 상자, 나침판, 작은 매트리스와 텐트 역할을 할 수건을 모두 챙겨 넣었어. 이제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사막을 벗어날 차례야. ‘강철 낙타’에 시동을 걸었어. 부릉부릉 거리는 이 녀석의 진동이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군. 이제 출발한다. 기다려라 문명아.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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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낙타’를 타고 있는 에밀리 르레이(Emile Leray) |
그로부터 한 달 후
난 지금 무척 기분이 좋아. 왜냐고? 탄탄(Tan-Tan)에 있는 ‘강철 낙타’를 3500Km 떨어진 내 고향, 프랑스 서부도시 렌(Rennes)까지 무사히 가져왔거든. 이 녀석 가져오는데 정말 고생 많았어. 돈도 물론 많이 깨졌지. 벌금도 내고 세관 비용도 내고… 하지만, 잃어버린 자식을 찾을 수 있다는데 그런 돈이 뭔 대수야? 결국 ‘강철 낙타’가 주인 곁으로 돌아온다는 해피엔딩으로 이 이야기는 끝이야. 그런데 왜 벌금을 냈냐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지. 그럼 그날, 그러니깐 내가 ‘강철 낙타’를 타고 사막을 출발한 그때부터 이야기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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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지 못한 그날의 이야기
내가 사막을 벗어나서 날이 어둑어둑 해질 때까지 그 녀석을 몰았어. 기분은 정말 최고더군. 앞이 안보여 더 이상 갈 수 없게되자, 도로 근처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했지.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몰라. 누가 내 발을 툭툭 치면서 후레시로 날 비추더군. 눈을 떠보니 완전무장을 한 경비대 세 명이 서있는 거야. 한 녀석이 나를 알아보고 매섭게 째려보며 탐문하기 시작하더군. 난 엄청 쫄았어. 그래서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해줬지. 그 녀석들 나를 믿지 못하겠는지 직접 그 현장을 보자고 하더군. 그래서 그들의 군용차를 타고 그 근처 일대를 돌아다녔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어. 알잖아. 밤에 사막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걸. 하는 수 없이 텐트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어. 그렇게 그들의 감시 속에서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세웠지.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에 난 그곳을 정확히 찾아냈어. 그제야 그들이 믿기 시작하는 눈치더군.
그들은 ‘강철 낙타’를 압수하고 나를 탄탄(Tan-Tan)까지 무사히 데려다줬어. 거기서부터 뭐 의례적인 서류 업무를 봤어. 특별한 건 아니고 지방 주지사 사무실에서 몇 가지 문서에 싸인을 하라더군. 그 문서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었어.
- 부적합한 차량 수입의 지연(Delay in importing a non-conforming vehicle)에 의한 과태료 4500 디르함(한화 136만 원 정도)을 지불할 것.
- 과태료 지급 후 위반물품을 수령할 수 있지만, 도로 내에서 운전은 불가함.
- 다음날 24시를 기준으로 모로코 지역 내에서 즉시 출국하여 본국 프랑스로 갈 것.
마침내 주인 곁에 돌아온 ‘강철 낙타’ |
에필로그: 가치 있는 무모한 도전
에밀리 르레이(Emile Leray)는 몇 년후 실제 수여되는 ‘맥가이버 상(The Award of Macgyver)’을 받았으며, 그의 애마, ‘강철 낙타’는 2CV 50주년 행사, 레네(Rennes) 위대한 발명품 행사 등에 불려다니는 귀한 몸이 되었다. 에밀리 르레이는 지금도 자신의 고향에서 2CV를 개조해 다양한 탈 것들을 만들고 있다.
자신만의 무모한 도전을 마친 에밀리 르레이(Emile Leray)는 냉철하고 판단력있는 이성주의자일까? 아니면 무모하고 비현실적 이상주의자일까? 이건 이 글을 읽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하지만, 세상 누구도 감히 시도해 보지 못한 일을 해낸 그는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자신의 멋진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 누가 그의 이야기에 귀를 안 기울일 수 있을까? 그래서일까? 그의 행복한 얼굴엔 자신을 향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깊숙이 묻어 나온다. 자신의 신념을 믿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야 말로 우리의 삶을 진정 가치 있게 만들지 않나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긴 글을 읽어주신 당신 또한 가치 있는 매일을 만들어 나가길 빌어본다. 또한, 언제나 그렇듯이 당신이 어느 시간대, 어느 곳에 있든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시트로엥(Citroen) 2CV 이벤트 행사장에서 에밀리가 직접 ‘강철 낙타’를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