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글을 쓴다는 행위는 순수하게 종이에 펜이나 연필로 글자를 적어 내려가는 행동을 말했다. 그러나 정보 통신의 혁명으로 인해 굳이 손 필기가 아니어도 컴퓨터나 핸드폰 등을 활용한 필기가 가능해졌다. 컴퓨터 타자는 필체에 대한 고민이 없이 빠른 필기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에 저장과 복사가 용이하기에 더욱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그리고 그 편리함 덕분에 점차 직접 펜을 잡고 글을 쓰는 일이 줄어들게 되었다.
그런데 컴퓨터 타자가 가져다준 편리함으로 우리가 손 필기에서 얻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오늘은 손 필기가 좋은 이유를 간결하게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해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나면 당장 펜을 들고 종이에 무언가를 쓰고 싶어 질 것이라 확신한다.
손 필기의 장점 첫 번째 : 심리적, 정서적 안정
심리학자들의 오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며 감정에 충실한 글쓰기는 정서적 심리적 안정을 준다고 밝혔다. 특히 내면을 잘 드러내는 ‘일기 쓰기’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주는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1)
거기에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다. 글을 쓸 때 키보드 타자보다 손으로 직접 글을 쓰면 더욱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그것이다. (2)
워싱턴 대학교(the University of Washington) 교육학 명예교수, 버지니아 베닝거(Virginia Berninger)는 위의 연구를 자세히 설명한다.
“우리가 이렇게 한 획, 한 획 그어가며 글자를 쓴다는 건 말이죠, 어디 보자. 아.. 머릿속 두뇌에 작은 도로를 만들어가는 거라 생각하시면 돼요. 그리고 이 도로를 감정이란 녀석들이 통과해 다니는 거죠. 그래서 직접 손으로 쓴 글에는 자신의 감정을 실어 보낼 수가 있는 거예요.
그러나 키보드로 글을 쓰는.. 아니 치는 것은 달라요. 이건 글자가 쓰인 자판을 손가락으로 찍어내려 가는 거죠. 이렇게.. 딱. 딱.. 이건 뇌의 사용하는 부위가 다르죠. 그리고 타자로 쳐서 나온 글짜들은 자신의 것은 아닌거죠. 이미 누군가에 의해 획일화되어 만들어진 그러니깐 우리 모두가 사용하는 공통된 글꼴인 것이죠. 그래서 컴퓨터로 쓰인 글자에는 감정이 실릴 수가 없는 거예요.
화나고, 슬프거나, 후회하거나, 혹은 상념에 젖었을 때, 단 10분간만 이라도 자신의 감정에 대해 글을 써보세요. 글의 내용은 아무래도 좋아요. 이렇게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손으로 글을 써 내려가는 게 정신과 의사가 진단해서 준 약보다 더 효과가 좋을 거예요.”
손 필기의 장점 두번째 : 생산성, 효율성 증대
2014년, 미국 프린스턴대(Princeton University) 등 공동 연구진은 컴퓨터 필기와 손 필기의 효율성에 대하여 3차례에 걸쳐 실험을 했다.(3)
손 필기의 장점 세 번째: 진정성 회복
온라인 커뮤니티나 대형 포털사이트의 댓글들을 보다 보면, 가끔 얼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종종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에서 우리는 좀 더 저속하고 야비하고 공격적인 말들을 여과 없이 쉽게 뱉어낸다. 익명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생각을 신중히 생각해 보지않고, 아무런 여과과정없이 바로 타자로 치는 즉흥성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손으로 글을 쓰다보면,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순화시키고, 올바른 어휘를 고르고 다듬는 과정을 겪은 후 글을 써 내려간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프린트로 출력된 편지보다 손으로 직접 쓴 편지에 먼저 마음이 가고, 감동을 받는다. 자신만의 고유의 글씨체로 적힌 글을 통해 글을 쓴 사람의 진실함을 엿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심리적인 안정을 준다고 강조했던 워싱턴 대학의 버지니아 베닝거 교수는 손 글씨의 진정성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조언을 해준다.
“혹시 여자 친구가 있어요? 없으면 좋아하는 사람은요?
그럼 좋아요. 제가 좋은 팁을 드릴께요. 좋아하는 사람에 사랑을 고백할 때 핸드폰 메시지로 보내지 말아요. 그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에요. 그리고 전화로 하는 고백보다 직접 만나서 만나서 용기 내서 말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을 알려드리죠. 저도 이렇게 해서 남편과 결혼했죠.
직접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쓰세요.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말고 솔직히 적어 내려가세요. 그리고 용기 내서 그녀에게 편지를 주세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 글을 읽어주세요. 내가 볼 땐 이게 가장 용기 있게 당신의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에요.”
마무리 – 손 글씨만이 갖고 있는 매력
손 글씨는 심리적·정서적 안정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일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준다. 또한, 손 글씨는 자신의 진정성을 남들에게 잘 표현할 수 있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하루에 몇 분 만이라도 시간을 내서 펜을 들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어보면 어떨까? 아니면 가까운 지인에게 직접 손 편지를 써서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히 딱딱하고 다소 감정이 메마른 컴퓨터 폰트보다 더 큰 울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1) Sundararajan, L., Kim, C., Language, emotion, and health: A semiotic perspective on the writing cure, Reserachergate, 2011
- 2)James, W.,Writing About Emotional Experiences as a Therapeutic Process, 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1997
- 3) Daniel M., Pam A. Mueller,The Pen Is Mightier Than the Keyboard: Advantages of Longhand Over Laptop Note Taking, Princeton University,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