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30살이 넘어서 역사를 배우기 시작했는지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내 이야기로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득력있게 말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 5가지’를 저명한 역사 학자와 작가의 생각을 빌려 말해 보려고 한다.
인문학과 역사에 관심 있는 분 그리고 특히 수행평가를 위해 자료 조사하는 중·고등학생에게 가장 이상적인 글이 될 것이다.
우리가 꼭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 1
우리는 어떻게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지 개인의 삶을 통해 알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날 같이 빠르고 역동적인 사회 속에서 내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가늠하기도 무척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역사는 과정과 변화를 공부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회와 기술의 변천과 발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현재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된다.
일찍이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t Carr)는 그의 역작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의 기능은 과거와 현재에 대해 더 깊게 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깊게 이해할 수 있고, 또 그로 인해 과거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1)
‘역사에서 배운다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방적인 과정이 아니다.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배운다는 것은 또한 현재에 비추어 과거를 배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의 기능은 과거와 현재의 상호관계를 통해서 그 두 가지 모두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진전시키는 데에 있다‘
<역사란 무엇인가>, E.H 카, p.96
우리가 꼭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 2
역사는 인간의 이야기를 다룬 실화다. 역사적 사실에는 인간의 삶과 고뇌가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과거의 주요 인물이나 사건을 통해 우리는 지혜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플라톤의 <대화편> 등 과거 현인들의 지혜를 통해 현재 우리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대처하고 있다.
<10대에게 권하는 역사>를 집필한 김한종 교수는 역사교육을 통해 청소년이 ‘어른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미숙한 존재’보다는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의 ‘시민’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2)
“역사 공부는 생각의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을 돌아보고 사회적 실천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자라나게 해줍니다. 무엇보다 역사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그런 경험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청소년이 ‘어른으로부터 배워야 하는 미숙한 존재’보다는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의 ‘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촛불집회와 같은 사회현상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청소년이 당당한 시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청소년 여러분들도 어른이 만들어 놓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주체라는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실천할 수 있는 당당한 사회구성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역사는 청소년이 이런 존재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어른들이 기록한 역사에는 청소년의 이런 존재가 감춰져 있는 경우도 많지요. 그렇지만 역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사람들이, 그리고 청소년 여러분이 역사를 되돌아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 10대에게 권하는 역사』 김한종 저자
우리가 꼭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 3
학생 : 선생님 역사는 왜 배우는 거예요?
선생님 : (꿀밤) 배워야지!
학생 : 아! 왜 때려요!!
선생님 : (꿀밤) 어쭈 이것 봐라 피했네.
학생 : 아.. 왜 자꾸 때려요 역사는 왜 배우냐니까요!!
선생님 : 네가 나한테 맞았던걸 기억하지 못했다면, 두 번째로 때렸을 때 피할 수 있었을까?
과거 웃긴대학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윗 유머글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라는 말과 함께 역사를 배우는 이유를 적절하게 설명했다며 널리 퍼졌었다.(3) 위의 선생님의 말처럼 과거 역사를 정확히 알아야만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올바른 미래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불행이도 근래 한국에서 보여주는 한국사 국정 교과서 논란, 가짜 뉴스의 유신시대 역사날조, 정치인들의 일본 역사왜곡 등의 실태는 아픈 과거사에서 교훈을 얻어 대비하지 않고 그 아픔을 다시 되풀이하려는 듯해 걱정이 앞선다. 사람은 누구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 하지만 넘어졌던 장소에서 다시 넘어지는 실수를 반복한다면 그것은 우매한 바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우매한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역사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참고로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라는 말은 단재 신채호 선생님이 한 말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카타르시스의 역사 공간]의 블로거 카타르시스는 신채호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4)
그러면서 블로거는 특정 독립 운동가의 명언을 의심 없이 믿는 것 또한 잘못된 역사 인식의 한 부분이며 명언이나 특정 발언에 대한 정확한 출처를 아는 것 또한 중요한 역사 교육의 하나라고 강조한다.
한국 고대사를 공부하고 있는 젊은 역사학도라고 소개하고 있는 카타르시스의 블로그에 한국 역사와 관련된 많은 정보들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검색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가 꼭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 4
SF 문학의 거장 중 한 명인 레이 브레드버리(Ray Bradbury)는 시간여행에 관한 단편소설 ‘천둥소리(A Sound of Thunder)’에서 ‘나비의 미세한 날갯짓 한 번이, 지구 반대편에선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를 처음으로 말했다. 그 이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역사라는 거대한 물줄기 안에서 작은 나비의 펄럭이는 날개짓은 엄청난 파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소한 사건 하나가 시초가 되어 나라의 운명을 바뀌거나, 그때의 작은 사건들의 영향력이 지금까지도 남아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예를 들자면, B.C 480 살라미스 해전은 세계의 패권을 동양에서 서양으로 옮겼고 제국주의 대신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십자군 전쟁은 이슬람과 기독교와의 대립을 낳아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 끊이지 않는 종교전쟁을 야기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14세기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물들었던 흑사병은 중세 유럽의 붕괴를 가져온 동시에, 인본주의와 르네상스, 자본주의를 낳았으며, 마지막으로 세계 1차·2차 대전의 영향으로 세계 권력과 패권이 강대 3국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었다. (5)
지금도 작은 나비의 날갯짓은 시대를 넘어 계속해서 역사의 큰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역사를 등한시한다면 나비효과가 만들어내고 있는 현재의 세계화·정보화된 사회 안의 거대한 물줄기 안에서 영원히 길을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면 세계를 보는 자신만의 안목을 갖고 세상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꼭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 5
우리는 태고적부터 지금까지 사회적 집단을 이루며 살아왔다. 그래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내가 속한 집단이 있기에 ‘나’라는 개인이 존재할 수가 있다. 가족, 학교, 직장, 국가 등의 집단안에서 개인은 자신의 기억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 반면에 집단은 역사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깨닫는다. 집단의 정체성이 흔들리게 되면 개인이 갖고 있는 의미도 희미해지고 내가 누구인지 결국 모르게 되는 상황이 온다. 따라서 우리의 정체성은 ‘역사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기 정체성을 잃은 소수 민족은 다민족 국가 안에서 아무런 인정을 받지 못한다. 중국 5대 자치구 중 하나인 신장 위구르의 심각한 인권 상황을 지켜보면 결코 남의 집 불구경하듯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중국 소수민족 중 하나인 위구르족은 최근까지 주민들의 재교육 명목으로 만들어진 ‘강제수용소’에서 강제 불임 시술에 이어 조직적 강간, 성고문까지 받고 있었다.(6)
또한, 중국은 티베트 지역에서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군대식의 교육 훈련’을 강요하는 한편 티베트 문화적, 종교적 자유를 억압하고 그들 고유의 언어, 문화, 정신적 유산을 장기적으로 잃어버리게 하는 ‘소수민족 동화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7)
단지 그것뿐일까? 중국은 현재 우리나라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김치, 한복, 전통악기와 음악 등을 자신의 것인 양 우기고 있다. 그냥 멍하니 있으면 우리도 당하고 만다. 우리가 언제 티베트가 위구르족이 되지 않으란 법이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우리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우선 스스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내가 속한 집단인 국가, 민족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만 한다. 이래야 비로소 바른 역사의식과 시대정신(時代精神, Zeitgeist)을 갖고 자신의 확실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역사의 쓸모’를 쓴 최태성 작가는 교보문고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의 시대정신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이렇게 말을 한다.(8)
역사를 공부하면 시대정신을 읽을 수 있고, 그래서 지금 내가 하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가늠할 수 있어요.
『역사의 쓸모』 최태성 작가
지금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내가 뭔가를 선택하고 열심히 한다고 해도 그 방향이 틀릴 수가 있습니다. 내 행위에 제대로 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없는 것이고요. 그래서 역사가 단순히 사실을 암기하는 과목에서 그쳐선 안되는 이유인 것이죠. 내가 지금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또 내 선택에 더욱 당당해지기 위해서라도 역사를 반드시 공부해야만 합니다.
마무리 – 역사를 배야워 하는 진정한 이유
한국의 위상과 국격이 이렇게 높아진 적이 과연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지금의 한국은 정말 잘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그 어느 때보다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이 더욱 중요하다. 순풍에 돛을 단 ‘대한민국’이라는 큰 배안에서 ‘나’와 ‘국가’의 존재를 증명할 역사를 모른다면 갑자기 나타난 바다 폭풍에 순식간에 침몰 될 수 있다.
삶의 지혜와 교훈을 얻기 위해, 그리고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 또 다른 어리석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마지막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역사를 배워야만 한다.
항상 보잘것없는 글을 멀리서 찾아와 읽어주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항상 언제나 어느 곳, 어느 시간대에 계시든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빈다. 다음에 더 좋은 글, 더 유익한 글로 찾아 뵙겠다.
언급된 추천 도서
역사의 쓸모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통찰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최고 인문서
파란만장 세계사
10대사건 전말기
사건으로 꿰뚫어보는 세계사!
출처
- 1) E.H 카/김태현 옮김, 역사란 무엇인가, 까치(까치글방),2001/1/31
- 2) 『10대에게 권하는 역사』 김한종 저자 인터뷰, 역사 공부의 참 가치를 일깨우는 청소년 역사서, 채널예스
- 3) 아메바분열, 역사를 배워야하는 이유, 웃긴대학, 2013/5/18
- 4) 카타르시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의 출처는?, 카타르시스의 역사 공간,2015/8/15
- 5) 심현정, 파란만장 세계사 10대사건 전말기, 느낌이 있는 책
- 6) 신윤재 기자, “최악 성노예 수용소” 위구르서 드러난 ‘중국몽’의 민낯, 매일경제, 2021/2/27
- 7) 티베트: 중국, 티베트에서도 대규모 강제노동 캠프 의혹, BBC, 2020/9/24
- 8) 최태성, 『역사의 쓸모』최태성 “역사를 왜 배워야 하냐고요?”, 교보문고, 20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