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터넷의 눈부신 발전과 참여·공유·개방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웹 2.0의 기술 덕택에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集團知性)’이 사회에서 점차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수의 사람들이 서로 협력해 얻게 된 집단적인 지적 능력을 말하는 집단지성.
그 집단지성을 잘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온라인 무료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가 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외에 또 다른 집단 지성의 최고 창작물, ‘SCP재단(SCP Foundation)’을 자세히 소개해보려고 한다. 오늘 글은 특히 공상과학(SF), 미스터리, 외계인, 음모론 등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 集團知性 )이란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 集團知性 )이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된 집단적 능력으로 개체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힘을 발휘한다.
하버드 대학 교수이자 곤충학자인 윌리엄 모턴 휠러(William Morton Wheeler) 1910년 출간한 《개미:그들의 구조·발달·행동 Ants:Their Structure, Development, and Behavior》에서 처음으로 이 개념을 제시하였다.(1)
휠러는 하나의 개체로는 미미한 개미가 협업(協業) 등의 집단생활을 통하여 효율적으로 먹이를 얻고 거대한 개미집을 만드는 모습 등을 유심히 관찰하여, 다수의 객체들이 서로 협력하면 개인의 지적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높은 지능 체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집단지성, 현대적 관점의 해석
인터넷과 컴퓨터를 활용한 집단지성
피에르 레비와 찰스 리드버터가 언급하였듯이, 앱 2.0의 기술을 활용한 집단지성은 기존의 소수 엘리트의 지배에 의한 수동적이며 중앙 집결적인 ‘피라미드형 지성’에서 벗어나 탈권위적이며 개방적이고 평등한 관계에서 다수의 컴퓨터 이용자들의 인지와 협력으로 새로운 지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집단지성을 이용한 좋은 예로는 위키피디아,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오픈 소스(Open Source), 아이와이어(EyeWire), 세티앳홈(SETI@HOME) 등을 들수 있다. 그중 세티앳홈과 아이와이어를 짧게 소개해 보겠다.
집단지성의 활용 1
세티앳홈 (SETI@HOME)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계획 일명 세티(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SETI)는 우주의 방대한 전파 신호를 수집하여 외계 지적 생명체를 탐구하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우주의 방대한 신호에서 외계인의 것인지 확인하는 작업은 마치 해변에서 바늘 하나를 찾는 것만큼 어렵고 컴퓨터 자원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게다가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노력에 비하여 당장의 성과를 보여주기가 힘들기 때문에 각국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기가 힘들다. (5)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티 프로젝트팀은 분산 컴퓨팅 기법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 방법은 세티앳홈(SETI@HOME)으로 간단하게 일반 사용자가 세티 화면보호기 프로그램을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하면, 컴퓨터가 쉬는 동안에 세티 프로젝트 관련 데이터 일부를 계산하고 전송하여 연구에 부족한 컴퓨터 자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우주 과학의 신비를 벗기는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고 싶다면 SETI@hom에서 화면 보호기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하면 된다.
집단지성의 활용 2
아이와이어(EyeWire)
아이와이어(EyeWire)는 뇌 연구 권위자인 프린스턴 대학의 세바스찬 승 교수가 개발한 두뇌 맵핑 게임으로, 참여자들이 게임을 통해 뇌의 지도를 밝혀가는 거대 프로젝트다.
전 세계 100여 개국의 14만 명 이상의 참여자가 이 게임을 플레이해 망막 신경 지도를 완성해가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승 교수의 설명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6)
아이와이어는 아이와이어 공식 홈페이지에 가입하여 게임을 할 수 있으며, 게임의 자세한 설명을 필요한 분은 아이와이어 게임 소개 및 하는 방법을 클릭하면 된다.
집단지성의 한계와 약점
전통과 권위를 무너뜨리고 서로 다른 분야의 기술을 결합하여 새로운 지성을 만들어가는 인터넷 집단지성도 그 한계와 약점은 분명히 있다.
⚪ 우선 첫 번째로, 익명성을 악용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거짓 정보를 올리는 등 사이버상의 질서를 파괴하는 ‘사이버 반달리즘(cyber Vandalism)’이 문제가 된다. |
‘한국판 위키피디아’로 불리는 나무위키에서는 정치 선호도에 따라 특정 정치인의 정치 현안과 관련하여 각종 거짓 정보, 소문 등을 올려 ‘정보제공’보다는 ‘온라인 여론몰이’용으로 온라인 위키피디아를 활용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자신들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훼손한 정보는 아무리 근거가 없더라도 인터넷에서 더 빨리 확산되고, 더 광범위하게 퍼진다. 그리고 이러한 자극적인 정보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정보의 검증 없이 그것이 사실처럼 믿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이버 반달리즘은’ 자칫 잘못하면 대중을 선동하고 통제하여 획일화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이다.(7) |
⚪ 두 번째로는 집단 지성을 갖기 위한 우리 한국의 가치관과 지식의 다양성이 부족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
정치, 사회문제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정치가 단순한 흑과 백의 양자 대결구도로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성을 포용하고 지식과 의견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이런 사회적 환경에서는 집단지성은 잘못된 정보, 정치적 의도, 군중심리 등에 의해 집단지성’과 반대로 ‘집단저능’으로 나아갈 수 있다.(8) |
⚪ 마지막으로, 집단지성의 산출물은 집단 구성원이 얼마나 참여하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
위키피디아의 경우, 글을 쓰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생산자 그룹이 글을 읽고 공유하는 소비 그룹보다 훨씬 더 적다. 따라서, 위키피디아에서 특정 집단의 사람들의 활동이 많아지게 되면 정보가 한쪽으로 편중되어 쌓일 수 있다는 문제가 오랫동안 지적되어 왔다.(9) |
이러한 집단지성의 한계와 취약점을 예방하기 위해 찰스 리드비터는 인터넷 속 대중이 집단지성을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4)
“웹에서는 창의적 상호작용 속에서 사람들이 관계를 맺을 기회가 더욱 늘어나고, 집단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 또한 더욱 강력해질 것이 분명해요.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 드나드는 사람들이나 사용자 제작 동영상(UCC)을 열어보는 사람들, 블로그에 깊이 빠져있는 사람들만으로는 집단지성을 만들어낼 수 없죠.
그래서 웹을 통해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대부분 의견 일치를 보거나 계속 논쟁할 뿐, 협업적으로 사고하는 경우는 무척 드문 것이 사실이에요. 따라서 집단지성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참여, 인식 그리고 협업 이 세가지 요소의 적절한 균형과 조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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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은 집단지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이였다면, 후반전은 본격적으로 집단지성의 최고 창작물이라고 일컫는’ SCP재단’에 대해 알아본다.
SCP재단은 집단지성의 참여와 협업 그리고 공통된 올바른 인식이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인디 문화였다. 그러나 시간이 점차 지남에따라 미스테리, 공상과학, 괴담 그리고 음모론 등을 좋아하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새로운 대중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만약 전반전이 지루하고 무미건조했다면, 후반전은 신박한 음모론적인 세계관과 미스테리한 이야기로 정신을 못차릴 것이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최고 창작물, SCP재단
일찍이 제임스 서로위키는 집단지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①성별, 나이, 취미, 가치관 등의 다양성, ②타인의 의견을 동조하지 않는 자신만의 독립성, ③문제 해결 방식이 하나로만 집중되지 않는 분산화, 그리고 ④분산된 지식이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SCP재단의 창작 사이트는 SCP재단이라는 세계관 아래 전 세계 누구나 글을 쓰고 공유할 수 있게 되어있으며 포럼, 대화방, 평점 시스템 등은 소수의 편향된 사람에게만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아주고 있다. 또한 협업을 통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언제나 관리되어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준다.
Reddit에서 Wiki 중재자이자 작가이며 자칭 SCP골수팬이라고 소개하는 아이디 Modern_Erasmus는 SCP재단의 인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10)
“”SCP재단의 세계관은 매우 독특하고 특별하죠. 그래서 SCP재단의 회원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큰 만족과 흥분을 가져다줘요. 인터넷상의 협업을 통한 문예 창작 프로젝트들은 작은 규모이거나 질이 낮은 것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SCP 세계관 아래 전 세계사람들이 창의성을 갖고 쓴 보고서들은 인터넷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 만큼 훌륭한 게 많아요. 과학 기술과 창의적인 글쓰기를 합쳐서 글을 쓴다는 것도 작가에게 특별한 도전정신을 불려 일으키기도 하죠.”
SCP재단 이란?
SCP재단은 “도시 판타지(Urban fantasy)”로서, 가상의 단체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알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콘셉트에서 생성된 하나의 세계관이자 거대 창작 사이트다. (11)
SCP재단이라는 개념은 2007년 미국의 웹사이트 4chan에서 SCP-173이라는 항목이 업로드되는 것으로 출발하였다. 괴상한 물체를 격리하는 방법과 그 설명을 보고서 양식으로 작성한 이 하나의 짧은 이야기는 곧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여 SCP재단이라는 세계관이 점차 확대 발전하여 그 다음 해부터 위키위키 사이트에 기반을 두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SCP재단(SCP Foundation)
SCP재단(SCP Foundation)은 확보 및 격리 후 관리 감독 (Secure, Contain, Protect) 혹은 혹은 특수 격리 절차(Special Containment Procedure)의 이름을 딴 가상의 단체로, 초자연적인 물체, 생물, 현상들을 “SCP”라고 통칭하고 민간에게서 격리하고 있는 가상의 비밀의 민간단체다.
각 문서마다 ‘특수 격리 절차(Special Containment Procedures)’가 있어서 SCP의 관리법을 서술한다. 또한 이 항목들은 ‘SCP-XXX’ 형식의 일련번호로 작성되고, 별칭이 하나씩 붙여진다. 재단 항목에서는 별칭이 아니라 이 일련번호로 부르는데, SCP-XXX는 ‘특수 격리 절차 XXX 번째를 적용할 대상’이라는 뜻이다. (12)
SCP재단에서의 창작활동
SCP재단 위키 사이트의 회원은 SCP재단의 세계관 설정과 엄격한 작성 원칙하에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어있다. 등재된 보고서들은 회원들 평점 시스템으로 관리되며, 평점이 극히 낮거나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보고서들은 스탭만이 참여하는 삭제 투표로 가차 없이 삭제된다.
이러한 체계적인 창작 방식은 있을 법한 다양한 초자연적인 존재나 소재를 “과학적 연구와 격리 프로토콜”안에 담아 SCP재단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한편, SCP 창작물의 수준을 일정 이상 유지시키는 기능을 발휘한다. 이렇게 성공적인 SCP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까다롭기 때문에 살아남은 보고서는 상당한 작품성을 인정받아 스핀오프 인디 게임이나 영화의 좋은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SCP재단 콘텐츠를 즐기는 방법
SCP재단 콘텐츠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그 범위도 넓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제대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지 초보자는 난감할 수 있다. 그래서 읽기, 듣기, 시청, 게임하기 등 SCP재단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모아보았다.
마무리 – 집단지성의 최고 창작물, SCP재단
IT전문가와 인류학을 전공으로 하는 석학들은 ‘인터넷을 통한 집단지성’이 인류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좋은 예가 위키피디아, 크라우드소싱, 오픈 소스 등이 있다. 그러나 재미를 추구하는 인류가 만들어낸 창작물, SCP재단은 그 많은 집단지성의 산물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띈다.
개인의 독립성과 다양상을 존중하고 어느 하나의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체계화되고 통합된 시스템은 SCP제단이 더 이상 인디 동호회에서 만드는 삼류 동인지 소설이 아닌 전 세계의 서브컬처 문화를 대표하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집단지성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문화들은 인류의 미래를 더욱 풍성하고 윤택하게 만들어 갈 것이 분명하다.
만약 당신이 X-파일(X-File), 캐빈 인더 우즈(Cabin in the Woods), 컨스피러시(Conspiracy) 등의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면 분명히 이 신비스럽고 특별한 민간 비밀 단체의 보고서를 보면서 자신 또한 SCP 재단의 요원이 된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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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1) William Morton, Ants:Their Structure, Development, and Behavior, Archive.org, 1910
- 2) 제임스 서로위키, 대중의 지혜, 랜덤하우스코리아, 2005/1/5
- 3) 집단지성, 위키피디아
- 4) 찰스 리드버터, 집단 지성이란 무엇인가, 21세기북스, 2009/5/28
- 5) SETI@home에 관해서, SETI@home
- 6) 아이와이어(EyeWire)란?, EyeWire
- 7) 김주완 기자, 조국 贊反 여론몰이 싸움터…’한국판 위키피디아’ 나무위키, 한국경제, 2019/8/28
- 8) 최만수 기자, 인터넷 집단 지성, 괴담에 휘둘리면 ‘집단 저능’으로, 한국경제, 2012/1/27
- 9) 유진상 기자, [집단지성의 명암] ①세상을 바꾸는 힘 ‘집단지성’, IT조선, 2016/9/22
- 10) Why do you like the SCP Foundation and why do you feel like it’s worth coming contributing to?, Reddit
- 11) SCP재단에 대하여, SCP 재단
- 12) SCP재단,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