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교육에 지대한 관심이 있거나 당신 혹은 당신의 자녀가 미국 대학에 입학하려 한다면 오늘의 이야기가 꽤나 흥미로울 것이다. 위싱턴 포스트지에 따르면 미국 내 많은 대학들이 수험생이 입학 지원을 하기 전부터 그들의 개인자료를 불법으로 수집·분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학들인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게 된 배경과 어떻게 수집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이것이 어떠한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하는지 자세히 알아본다.
미국 대학의 새로운 입학 전형
10월 15일 위싱턴 포스트지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최소 44곳 이상의 공립·사립대학들이 민간 대입 컨설팅업체들과 연계하여 불법으로 입학 지원 가능성이 있는 예비 신입생들의 인터넷 방문 기록과 금융 관련 기록을 추적하고,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 및 분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학들은 생존을 위해 입학 가능한 부유하고 우수한 학생을 미리 확보하고 저소득층의 학생과 뚜렷이 구분하고 분리하기 위해 이러한 전략을 선택했다고 분석한다. (1)
기존의 입학 전형에서는 대학이 시험 성적(SAT/ACT 및 TOFEL), 과외활동(Extracurricular Activities), 에세이(Essay), 추천서(Recommendation Paper) 등을 통해 학생을 선별하였다. 이러한 자료는 정보가 부족하여 학생이 등록금을 잘 낼 수 있는 형편인지, 학교와 맞는 성향의 사람인지 면밀히 검토할 수 없었다. 그러나 대학교 입학 희망자가 사용하는 정보화 기기의 데이터를 오랫동안 수집하고 분석하여 학생의 거주지 주소, 고등학교 성적, 학업 흥미도, 웹 사이트의 방문 기록, 인종적 배경, 가족 소득 등 폭넓은 정보를 알아낼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1~100점 사이의 점수를 매겨 학생을 분류하여 점수가 높은 우수한 학생에게는 대학 입학의 문을 넓혀주는 한편, 학교에서는 그들을 유치하고 입학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미국 대학의 입학 지원자 개인정보 불법 입수 과정
대부분의 대학 지원자는 관심 있는 특정 대학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서 대학의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정보를 알아보는 동안 대학 홈페이지에서는 사전 공지 없이 접속한 컴퓨터, 노트북, 핸드폰 등의 개인 정보화 기기에 자동으로 작은 트레킹(tracking) 파일인 쿠키(cookie)를 심어 넣는다.
쿠키(cookie)
웹사이트가 사용자의 컴퓨터에 저장하는 작은 텍스트 파일 또는 정보 조각이다. 쿠키는 인터넷 사용자의 정보와 성향을 기억하여 웹사이트가 이 정보를 활용하여 사용자가 편리하게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따라서 쿠키는 일반적으로 온라인 광고에 많이 쓰이고 있다(2)
쿠키(cookie)는 온라인 쇼핑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용된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관심 있는 카메라에 관한 정보를 한참 찾아보고 온라인 구매 사이트에 접속하게 되면 신기하게도 그 카메라와 관련한 광고가 유난히 많이 나타날 것이다. 이것은 쿠키가 지속적으로 사용자의 취향 및 개인 정보를 수집하여 관련된 사이트에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대학 사이트에서 심어놓은 쿠키는 학생들의 모든 정보들을 무작위로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된 학생의 개인 정보는 민간 대입 컨설팅업체에 넘어가고 이 컨설팅 업체는 다시 이 자료를 분석하여 리포트 형식으로 대학 입학처장(The School’s assistant director of admissions)에게 이메일로 보낸다. 이렇게 보내진 이메일에는 학생 이름, 연락처 등 기본적인 개인정보 뿐만아니라 인터넷 접속 정보로 파악한 평소 관심사와 활동 기록, 대학 홈페이지에서 보낸 시간, 본 페이지의 양 및 해당 대학을 선택할 가능성인 ‘친밀감 지수’(affinity index)가 자세히 기록되어있다.
아래는 워싱턴 포스트에서 입수한 민간 대입 컨설팅 업체 (Capture Higher Ed)가 미국 위스콘신주 주립대학의 하나인 위스콘신-스타우트 대학(University of Wisconsin-Stout)의 대학 입학처장에게 보낸 이메일이다. 이 이메일에는 이 대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한 학생의 개인 기록이 상세히 기록되어있었다.(3)
자본주의에 굴복한 미국대학들
미국 대학들이 학생의 개인정보를 사회, 경제 데이터를 점수로 환산하여 대학 지원자를 걸러내는 방식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대학의 재원 조달이 점차 줄고 고교 졸업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재정난을 겪고 있는 대학들이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골라 유치하는 방법은 어쩔 수 없는 그들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콜로라도 대학교(Colorado State University)의 입학 지원과 부회장인 크리시 홀리데이 (Chrissy Holliday)는 민간 대입 컨설팅 업체 (Capture Higher Ed)와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는 원인에 대해 말을 한다.
“대학 내 입학 관련 상담 안내자가 집안 환경이 좋고 성적이 우수한 지원자를 상담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한 시간 정도밖에 없어요. 그만큼 바쁘고 시간이 촉박하다는 말이죠. 그러나 웹 데이터는 상담원이 학생들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학생이 올바른 전공을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관행은 사회·경제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취약자 계층의 학생들에게 대학 교육의 진입 장벽을 오히려 높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대학에서 예비 대학생의 개인 정보를 많은 시간 동안 축척한 결과, 고등학생의 출신 지역과 학교만으로도 대학 제정에 도움이 되는 인재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대학에서 일 순위로 데려오려는 학생은 그 대학에 대한 관심이 있는 집안이 부유한 학생이다. 이러한 상황이 점차 계속된다면, 아무리 고등학교의 성적이 우수하고 대외활동을 많이 하였어도 저소득층의 자녀라면 대학에 입학하기 어려워 질 수 있다. 정말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생존을 위해 불법을 저질르는 미국 대학들
대학은 ‘지식의 상아탑’이자 ‘소수를 대상으로 한 최고 수준의 고등교육기관’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대학은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다. 컨설팅 업체와 계약을 맺은 대학의 대다수는 학생들에게 해당 대학의 홈페이지 접속 시에 기록 추적을 통한 개인정보 수집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그런 사실을 알린 일부 대학도 개인 정보 수집 목적을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프라이버시 보호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외부 컨설팅 업체와 개인정보 공유 사실을 전면 공개하지 않는 것은 가족 교육 권리 및 사생활 보호법(The Family Educational Rights and Privacy Act)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대입 카운슬러 출신의 비영리 교육 연구단체 대표 로이드 테커(Lloyd Thacker)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대학 입학처장들은 수익 업무를 담당하는 비즈니스맨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학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새로운 전략도 기꺼이 받아들일 겁니다.”
마무리 – 이제 대학은 사업하는 기업일뿐
대학이라는 최고의 지성을 대표하는 교육기관이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전락되어 버렸다는 말에서 진정한 교육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개인정보가 얼마나 쉽게 유출되고 도용되어 의도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지 위의 사례를 통해 경각심을 갖는다. 로이드 테커 씨가 말한 ‘어떠한 새로운 전략’이라는 말이 무척이나 무섭게 다가오는 것은 과연 나 혼자뿐일까?
출처
- 1) MacMillan, D., Anderson, N., Student tracking, secret scores: How college admissions offices rank prospects before they apply, The Washington Post, 2019/10/15
- 2) HTTP 쿠키, 위키피디아
- 3) MacMillan, D., Anderson, N., Student tracking email alert, The Washington Post, 2019/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