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만 하면 망치는 5가지 발표 비법에서 ’10/20’30 파워포인트 법칙’이 좋은 발표를 망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이 법칙을 만든 가이 가와사키(Guy Kawasaki)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그가 쓴 책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의 성공법칙(Rules for Revolutionaries)을 찾아 읽어 보던 중, 책 일부 내용 ‘개 사료를 팔려면 개사료를 직접 먹어봐야 한다.’라는 말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갑자기 너무나 궁금해졌다. 사람이 개사료를 먹어도 괜찮을까?
그래서 가이 가와사키와 관련된 자료조사는 그만두고 개사료에 대해 자세히 파해쳐 봤다. 추가로 IT분야에서 개밥먹기(Dogfooding), 개사료 감식가(Pet Food Taster)라는 새로운 직업, 개와 고양이 사료를 절대 바꿔서 먹이면 안되는 이유, 마지막으로 잘못된 사료로 인한 피해보상 받는 방법도 알아보았다.
가이 가와사키와 에반젤리스트(Evangelism)
가이 타케 오 가와사키
(Guy Takeo Kawasaki)
가이 타케 오 가와사키 (Guy Takeo Kawasaki)는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이자 실리콘 밸리의 벤처 자본가다. 1984년에 그는 매킨토시 컴퓨터의 라인 마케팅을 담당했던 애플(Apple) 직원 중 한 명이었다. 그 이후, 애플컴퓨터의 수석 에반젤리스트(Chief evangelist)가 되어 애플을 단순한 기업이 아닌 ‘영혼의 구원자’라는 이미지로 전 세계에 각인시켜 전설적인 마케팅 전문가 된다. (1)
가이 가와사키의 직업인 에반젤리스트(Evangelism)는 무엇일까?
에반젤리스트(Evangelism)는 쉽게 ‘기술 전도사’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 대중보다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및 기술 전문가 그룹에게 자사의 기술 플랫폼을 위한 앱이나 소프트웨어를 무상으로 지원해주고 강연과 교육을 통해 기업의 가치와 비전을 이해시키고 함께 공유하도록 도와주는 활동을 한다. 에반젤리스트는 기업의 입장만을 대변하지 않고 사용자와 개발자 편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여 기업과 바깥세상을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을 한다. (2)
현재 애플을 떠나 그래픽 디자인 웹사이트 캔바(Canva)의 에반젤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가이 가와사키의 1999년 저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의 성공법칙(Rules for Revolutionaries)』에서 새로운 혁신을 위해 ‘신처럼 창조하고’, ‘왕처럼 명령하고’, ‘노예처럼 일하라’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 있다면,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먼저 있었던 어떤 것에 구애받지 말고 열정을 다해 원하는 길을 만들어 나가라고 조언한다. 마지막으로, 개 사료를 팔려면 개사료를 직접 먹어봐야 마케팅 분야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말도 잊지않는다.
IT분야와 개밥먹기(Dogfooding)
가이 가와사키의 책,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의 성공법칙’에서 언급되었던 ‘개 사료를 팔려면 개사료를 직접 먹어봐야 한다.‘ (Eat your own dog food)라는 말은 IT 개발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던 용어다.
일명, 『 개밥먹기(Dogfooding)』는 자사에서 개발한 제품의 사용성, 효용, 품질 등을 사용자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직접 테스트하는 행동을 일컫는다. ‘개밥먹기’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미국 개사료 브랜드인 알포(Alpo)의 1980년대 TV광고에서 론 그린 (Lorne Greene)이 자신의 개에게 사료를 먹이는 장면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이 있고, 또 다른 이야기로는 칼 칸 펫 푸드(Kal Kan Pet Food)의 사장이 주주회의 때 ‘나는 우리 개밥을 먹는다’라고 밝힌 데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다.(3)
개밥 먹기 테스트
자사의 제품을 구매자 입장에서 테스트하는 개밥먹기는 기존의 제품 테스트의 기본 방식과 다르다.
기존의 제품 테스트는 오류 탐색과 제품 내 기능의 작동 여부 등에 초점을 맞춘 반면, 개밥 먹기는 구매자의 특성과 구매성향까지 분석하여 테스트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번거럽고, 어려운 과정에 속한다. 그럼에도 상품의 품질과 성능을 높이고,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 하기 위한 수단으로 아직까지 IT분야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의식의 흐름대로 <가이 가와사키 → 에반젤리스트 → 가와사키의 저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의 성공법칙’ → IT분야에서의 개밥먹기> 까지 알아봤다. 이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진짜 사람이 개사료를 먹어도 괜찮은지 알아보겠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궁금증이 많았는지 인터넷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과 답변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개사료를 먹는 사람들
생각보다 개사료를 먹는 사람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왜 그런 비정상적인 행동을 할까?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끄는 단발성 화제를 위해 개사료를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의외로 개사료를 만드는 업체 CEO나 관련 종사자도 있다. 이들은 개사료가 사람이 먹어도 괜찮을 만큼 건강에 좋은 재료로 만들었다고 홍보하기 위해 개사료를 먹는다.
미국 사료 회사 MUENSTER의 CEO, 미치 펠더호프 (Mitch Felderhoff)는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개사료를 30일간 먹는 도전을 했다. 그는 일반 음식, 커피, 알코올을 일절 금하고 개사료만을 먹는 도전을 무사히 마쳤을 무렵, 몸무게 13Kg이 빠졌으며 콜레스롤 수치가 내려갔다. 그는 회사 블로그에 자신의 도전 과정을 자세히 적으며 이번 도전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다시금 돌아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밝혔다.(4)
비슷한 사례는 미국 워싱턴 주(Washington)에도 있다. 펫 샵을 운영하는 도로시 헌터(Dorothy Hunter)는 자신의 가게에서는 엄선된 영양가 있는 천연 동물 사료만 취급한다고 밝히며, 애완동물 사료가 일반 음식만큼 건강하고 맛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한 달 동안 고양이와 개 사료만 먹는 도전을 한다. 그녀는 코즈모폴리탄(Cosmopolitan)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녀의 도전의 의미를 밝힌다.(5)
주위 많은 사람들이 제가 하는 도전을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생각해보세요. 사람들이 식료품점에서 사는 가공식품에 붙어있는 라벨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고 구입합니다. 자신의 몸에 얼머나 좋지 못한 지 모른 체 말이죠.
그렇지만, 저는 제가 먹는 개와 고양이 사료에 무엇이 얼마만큼 들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유기농 사료는 즉석 가공 식품보다 건강에 훨씬 좋을뿐더러 맛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도전을 통해 개와 고양이 사료도 일반 음식만큼 훌륭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개사료를 먹어야 하는 직업 – 개사료 감식가(Pet Food Taster)
개사료를 홍보의 수단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직업이라서 먹는 사람도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개사료 감식가 (Pet Food Taster)라는 직업이다.
미국에서 개 사료에 대한 수요가 낮아지기 시작하자 개사료를 테스트하여 식감과 맛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전문가를 고용하여 개사료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다.(6) 개사료 시식가들은 단순히 사료를 시식하여 식감과 맛을 평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통제된 실험실 환경에서 사료의 냄새, 모양,질감 및 영양소를 분석하고, 40여 가지 맛 기준에 맞는 사료를 세부적으로 선별하는 작업을 같이한다. 그러므로 그들의 학력은 보통 대학원 이상의 고학력이 요구된다. (7)
사람이 개사료를 먹어도 괜찮을까?
위에 언급된 유기농 사료외에 평상시에도 흔하게 구입할 수 있는 개사료는 정말 먹어도 괜찮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개사료를 먹어도 관계는 없지만, 많이 먹으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청 FDA (the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 따르면 사람이 개사료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 비록 개사료에는 사람에게 필요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들어있지만, 사람이 아닌 개에게 맞는 비율로 개사료가 제조되기 때문에 적당량 이상 혹은 장기간 개사료를 먹게 되면 몸에 해로울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개에게 주면 개도 마찬가지로 개의 몸에 해로운 영향을 받는 것도 비슷한 이치다.(8)
영양학 전문 수의사인 왕태미씨는 개사료의 재료와 제조공정이 완벽하다면 개사료를 먹어도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말한다. (9)
“장기간 섭취는 분명 몸에 해롭겠지만, 한두 번 정도는 괜찮아요. 하지만, 개는 비타민C를 체내에서 자체 생성할 수 있어서 사료에 비타민C는 넣지 않아요. 그러니 개사료만 먹겠다면 반드시 과일과 같이 먹어야 괴혈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개사료를 먹으면 영양 부족보다는 영양 과잉으로 인한 비만에 더 신경 쓰셔야 될 거예요.”
개에게는 개사료, 고양이에게는 고양이 사료를
‘사람이 개사료를 먹어도 되는가?’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한 말한 답을 찾았다면 이 질문은 어떤가?
과연 개사료 고양에게 먹여도 괜찮을까?
답은 안된다. 개와 고양이 사료는 반드시 구분해서 먹여야 한다.
개 사료에는 탄수화물과 섬유질이 많지만 고양이 사료에는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이 많다. 그리고 중요한 건 개 사료에는 고양이에게 꼭 필요한 타우린 성분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양이에게 개사료를 장기적으로 주게 되면 고양이가 실명하거나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개가 고양이 사료를 장기간 먹게 되면 소화장애, 변비, 설사와 함께 비만으로 인한 심장병과 심부전증이 일어날 수 있다. ((10)
잘못된 개 사료로 발생한 피해 보상받기
국내외적으로 반려동물의 사료가 원인이 되어 반려동물의 건강 이상이 생기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미 2008년에 전 세계적으로 사료에서 멜라민 성분이 검출된 바가 있으며, 사료 내에 이물질이 섞어있거나 사료의 원료가 동식물 쓰레기로 만들진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색소 등 첨가제를 무분별하게 넣어 유통기한을 비정상적으로 늘리거나 가짜 인증마크를 첨부하여 불법 유통한 경우도 있었다. (11)
만약 반려동물이 사료를 잘못먹고 건강상에 이상이 생기거나 사망하게 된다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보상기준에 따라 다음과 같이 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12)
마무리 – 사람이 개사료를 먹어도 괜찮긴 하다. 그러나 굳이…
개사료는 먹어도 괜찮다. 그렇지만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 것일 뿐 건강에 좋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개사료만 먹게 되면 단백질 과잉섭취에 따른 비만, 그리고 비타민 A와 D가 부족으로 괴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그러니 웬만해선 개사료 먹기 챌린지 같은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출처
- 1) Who Is Guy?, Guy Takeo Kawasaki
- 2) 김상훈, 애플의 복음을 전한 남자, 가이 카와사키.ㅍㅍㅅㅅ, 2014/3/18
- 3) Eating your own dog food, Wiki
- 4) Mitch Felderhoff, 30 days of dog food….Why?, Muenster
- 5) Ellel Scott, A woman is eating nothing but pet food for 30 days, because people are weird., Cosmopolitan, 2014/7/7
- 6) Mary Roach, The Chemistry of Kibble, Popular Science, 2013/3/23
- 7) Mcmanus, M., How Food Tasters Work, Howstuffwork
- 8) Ditkoff B., What Happens if You Eat Dog Food?, Live Science, 2012/10/17
- 9) 김의준 기자, 개 사료, 과연 사람이 먹어도 될까?, 펫 메거진, 2018/5/31
- 10) 신남식 기자, 고양이에게 강아지사료 먹이면 병 생겨, 왜?, 중앙일보, 2018/10/24
- 11) 박희주 한국 소비자원 팀장, 개 고양이 사료, 한국소비자원, 2012/1/31
- 12) 사료 먹고 발생한 피해 보상받기, 생활 법령
우와 정말 유익한 내용이네요 !
또 새로운 지식을 얻어갑니다 ㅎㅎ
항상 호기심을 해결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
개사료를 먹어도 되는지 궁금했었는데 확실하게 알고 가요! 앞으로 물어보는 사람 있으면 아는 척 할 수 있겠어요
도움이 됐어요.
신기해요! 정말 유익한 정보이네요!
전에 실수로 먹었어서 걱정했는데 나쁜 건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네요
친규가 언제 개사료 먹어보고 싶다 했는데…
유용한 정보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