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덥다. 그러니 더운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지금껏 가져왔던 이런 여름에 대한 고정관념이 점차 바뀌고 있다. 이제 여름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와 죽음의 계절이 되어가고 있다. 기상학자와 환경 과학자는 여름을 “위험한 계절(Danger Season)”이라고 일컫으며,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경고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기상청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폭염으로 인한 인사 사고에 각별한 주위가 필요하다고 당부하고 있다.
그렇다. 오늘은 날씨, 특히 ‘뜨거운 여름’과 더 나아가 ‘지구 온난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유난히 뜨거운 여름. 우리가 건강을 위해 주의해야 할 사항과 여름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부터 각종 통계 자료를 통해 ‘천천히 뜨거워지는 비커 속 개구리‘인 우리가 현재 어느 정도 심각한 상태에 놓여있는지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덥다.’란 말로 부족한 뜨거운 여름
여름하면 생각나는 즐거운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차가운 수박과 참외를 먹는 추억, 친구와 다함께 수영장에서 신나게 물장구 치는 추억, 그리고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는 추억 등 오직 여름에만 할 수 있는 소중한 추억들이 여름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소중한 여름 추억들은 조만간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여름 날씨가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미친듯이 더울 예정이기 때문이다.
최근 기상청이 발표한 ‘6월~8월 3개월 전망’에 따르면 올여름 작년에 비해 기온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 33~36도 이상의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1)
폭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티벳 지역에 적게 쌓인 눈’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봄철에 쌓여야 할 눈이 적고, 이렇게 적게 쌓인 눈이 차가운 바람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고기압 발달을 유도한다. 그리고 티벳에서 생성된 고기압이 한반도로 들어오면서 여름철 기온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2018년을 비롯해 우리나라에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왔던 1994년, 2016년의 공통점은 지상 5km 상공의 북태평양 고기압과, 지상 10km 상공의 티베트 고기압이 동시에 한반도 상공에 장시간 머물었다는 점입니다. 이 모든 전조 증상이 올해 모두 다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름철 강한 일사량으로 데워진 지표면 위로 뜨거운 공기가 겹겹이 덮고 있는 이른바 ‘열돔’ 현상이 나타나면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는데 2018년 경우처럼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실시간 아시아 지역별 온도 변화 지도(3)
폭염, 소리없는 살인자
적당히가 없는 뜨거운 날씨. 사실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폭염은 이미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살인자였다. 폭염으로 인한 희생자 수는 놀랍게도 태풍이나 홍수를 크게 뛰어넘는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자연재난별 사망자 수를 확인한 결과, 태풍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472명, 집중호우는 325명으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무려 602명이나 되었다.(4)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폭염으로 인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정부는 폭염과 관련한 여러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중 급격한 체감 온도 상승 혹은 폭염 장기화 등으로 금전적·육체적·정신적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를 발령하여 정부 차원에서 재난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서는 다음과 같이 ‘폭염을 대비하는 9가지 건강수칙’과 함께 온열질환과 관련한 소책자를 배부하고 있다.(5)(6)
여름은 이제 위험한 계절(Dangerous Season)
유일하게 우리나라만이 유난히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는 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여름 온도가 비이상적일 정도로 더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영국 등 전 세계 기상청 및 관계 기관이 제공한 13개 기후예측모델에 의하면 세계 전 지역의 6~8월 평균 기온이 모두 높아질 것이며, 이로 인한 치명적인 폭염, 극심한 가뭄, 식량과 물 부족, 재앙적인 홍수, 급격히 심화되는 열대성 폭풍우, 맹렬한 산불 등의 심각한 재난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7)
단체 정보 참여 과학자 모임(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UCS)의 기후 과학자, 크리스티 달(Kristy Dahl)교수는 이제 여름을 위험한 계절(Dangerous Season)이라고 생각하고 생활해야한다고 강조하여 말한다.(8)
“기후 변화는 훨씬 더 위험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름을 ‘위험한 계절(Dangerous Season)’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름철 에어컨 없는 집의 노년층 사망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젊은 운동선수는 무더위 속에서 운동하다 갑자기 열사병으로 사망하고, 해변가에서 선탠을 즐긴 젊은이들은 심각한 화상으로 응급실에 입원하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남서부 12개 지역에서는 폭염으로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했으며 덴버는 화씨 35도, 피닉스 공항은 무려 42도를 넘어섰습니다.
극심한 더위는 폭풍우와 대형 허리케인을 자주 발생시킵니다. 작년 11월에 워싱턴 주와 브리티시 컬럼비아를 강타한 엄청난 홍수로 고속도로에 산사태가 발생하여 수천 명이 대피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멕시코 만에서는 허리케인으로 전력 및 수도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솔직히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는 환경오염이나 심각한 기후 변화 때문에 우리가 종말을 맞이 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잘 들으려 하지 않은 것도 그 이유지만, 사람들에게 미리 두려움과 공포심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름이 ‘위험한 계절’이라고 서슴지 않고 표현해야하고 두려워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경각심을 갖고 일어날 각종 재해를 미리 대비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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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위험한 계절(Dangerous Season)
허리케인, 산불, 가뭄 및 폭염 등은 인류가 태어난 이래 매번 발생해왔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는 자연재해를 보다 더 위협적이고 심각하게 만들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대서양 열대성 저기압의 증가는 허리케인의 발생 빈도수를 꾸준히 높여왔으며, 날로 커지는 산불의 피해는 매년 커지는 추세다
기상학자, 크리스티 달(Kristy Dahl)은 그의 기고문 『We’re Naming Summer “Danger Season” in the US. Here’s Why 』에서 지구 온난화가 가져온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대형 산불의 예를 들어 알기쉽게 설명한다.(9)
기온이 올라가는 이상기온이 지속되면 폭염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단순히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열탈진 등 온열질환만을 우려하지만, 모든 기후 재해는 서로가 깊은 연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가령 지속적인 폭염은 초목을 건조하게 만들어 불에 붙기 쉽게 만듭니다. 그리고 발생한 산불은 삽시간에 번져 산림 생태계를 철저히 파손합니다. 그리고 산불 연기는 인근 지역의 주민들에게 호흡기 질환과 정신정 불안증세를 가져옵니다.
대형 산불은 이러한 생태학적인 피해 외에도 식품 생산과 물공급 비용의 증가, 산성비와 대기오염 증가 등의 2차 피해를 가져옵니다. 결국 지구 온난화가 가져온 기후재해는 ‘도미노 현상’처럼 하나의 재해가 다음 재해를 연쇄적으로 발생시킵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지구 온난화’
크리스 달 기상학자의 말처럼 폭염의 가장 주요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들고 있다. 물론 한국 기상청의 발표처럼 ‘티벳에 적게 쌓인 눈’이 원인이라지만 결국 이것의 근본적인 원인도 지구 온난화다. 그렇다면 지구 온난화는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일까?
단순히 몇 마디의 지루한 문장보다 밑의 지구 기온 변화 추이 그래프를 살펴보는 것이 더 이해가 빠를 것이다.
지구 기온 변화 추이 그래프 – 지구온도 2040년이면 산업화 전보다 1.5도 상승
사실 지구는 산업 혁명의 초기부터 빠르게 온난화가 시작됐다.
1차 산업 혁명 이래로 지구의 평균 표면 온도는 10년마다 0.07°C(0.13°F) 상승하였다. 그리고 온도 변화 속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훨씬 더 극적으로 증가하여 1981년 이후 0.18°C(0.32°F) 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만약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없다면 2070년쯤 지구 평균 기온은 4.8°C(40.6°F)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여름을 더 이상 위험한 계절(Dangerous Season)이 아닌 죽음의 계절(Deadly Season)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리고 여름철에 즐겼던 모든 것들은 멸종된 공룡처럼 신비스럽고 전설같은 존재로만 남겨져 있을 것이다.
마무리 – 위험한 계절(Dangerous Season)을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
많은 뉴스 기사들의 마무리는 이러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국가 차원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법안을 이행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 차원에 있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일회용품을 줄이고 또 안 쓰는 전기 콘세트를 빼라 등 이였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위험한 계절’을 맞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위의 해결책들은 ‘지구 온난화’를 지금 막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는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다. 그렇지만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재난은 우리에게 닥친 진짜 현실이다. 그리고 우린 막을 수 없다. 이제 기후재난은 언제 나에게 닥칠지 모를 자동차 사고와 같다고 보면 된다. 그렇기에 더욱 현실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폭염 대비 건강수칙을 따른다. 각종 재난 대비 보험 상품에 가입하고 재난대비 훈련 방법을 미리 숙지한다. 사전에 필수 복합 재난용품 세트를 사두고 여분의 비상대피 물품을 항시 비축해둔다. 이것이 위험한 계절을 대비하는 바람직한 우리의 자세일 것이다.
한국보다 세계 여러 곳에서 이곳에 글을 보러 꾸준히 오고 계신다. 부디 세계 각지의 모든 분들이 이 위험한 계절, 여름을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출처
- 1) 6월~8월 3개월 전망, 기상청, 2022/6/23
- 2) 조원일 기자, 정부, 폭염 사망자 집계 기준 변경…이전보다 4배 늘어, 뉴스타파, 2021/7/16
- 3) 실시간 아시아지역 온도 변화 지도, windy.com
- 4) 조원일 기자, 프로젝트 1.5°C : 폭염, 삶과 죽음의 체감온도, 뉴스타파, 2020/8/24
- 5) 폭염을 대비하는 9가지 건강수칙,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13/6/5
- 6) 무더운 여름 온열질환을 조심하세요, 질병 관리청, 2022/5/26
- 7) 이병기 기자, 기상청, 2022년 6월~8월 3개월 간 날씨 전망, 세종방송, 2022/5/23
- 8) Some Scientists Coined a New Name for Summer: Danger Season, Wired, 2022/6/18
- 9) Kristy Darl, We’re Naming Summer “Danger Season” in the US. Here’s Why,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202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