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책이 읽고 싶어져서 인터넷을 검색했다. 많은 책들 중 최근 베스트셀러 ‘더 해빙 The Having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구입해서 읽어보니 자기계발서가 아닌 종교서적을 읽는 기분이였다.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놀라웠다. 이런 허접한 책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라는 사실이. 한편 왜 이런 자기계발서가 유독 잘 팔리는지 궁금해졌다.
이번엔 자기계발서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어 보려 한다. 자기계발서를 구매하는 우리의 심리부터 과연 어떤 책을 골라야 우리에게 도움이 되며, 어떠한 태도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등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자기계발서가 실제 우리 생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에 대한 의문의 답도 찾아볼 것이다.
코로나 시대 이후 성공적인 마케팅 – 더 해빙
불평에서 감사로 돈에 대한 감정을 바꾸면 더 큰 돈을 벌고 결국 부자된다. ‘더 해빙 The Having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의 주제는 한 마디로 요약하며 이렇다. 사실 이러한 주제는 진부한 편이다.
생각을 바꾸면 운명이 바뀐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성공은 꿈꾸는 자의 몫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우주가 도와준다’ 등 일명 ‘끌어당김의 법칙’은 론다 번(Rhonda Byrne)의 ‘The Secret – 시크릿,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 ‘이지성의 꿈꾸는 다락방 꿈을 현실로 만드는 공식, R=VD’ 등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일찍이 다뤘으며 큰 이슈와 성공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책은 2020년 상반기 베스트 셀러를 독주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도서 관계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팬데믹이 불러일으켰던 불안 심리와 언택트(Untact) 중심의 생활이 ‘더 해빙’을 베스트 셀러로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1) 실제, 도서시장에서 주식·증권 분야 책 판매량은 무려 155.2%나 상승했으며, 자기계발서의 비중 또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2) 이 책을 출판한 수오서재 황은희 대표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3)(4)
황은희 대표
‘더 해빙’을 출판한 수오서재
“동서양의 사상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메시지, 상위 0.01%가 따르는 행운의 마스터 이서윤의 존재감, 수만 건의 사례 분석에서 나온 깊은 통찰력에 열광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 여파로 세계경제가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책 판매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됩니다.”
베스트셀러가 되기위해 철저하게 계산되어 만들어진 책
이 책을 읽으면 돈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줄어들고, 돈이 들어오며, 인생이 바뀐다 했다. 그러나, 믿음이 부족해서인지 읽은 후 내 인생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무척 잘 쓰인 책이다. 아니 다시 말해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 잘 계획되어 만들어진 책이라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그 이유를 하나, 하나 열거해본다.
1. 사고싶게 만드는 마케팅
책을 구매할 때 우리는 무엇을 먼저 고려할까? 작가, 책 내용, 주제? 놀랍게도 ‘책 표지’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책의 표지만으로 책을 평가한다. 시각적 요소가 강조되는 시대인만큼, 책의 첫인상’인 표지가 독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5)
그런 면에서 ‘더 해빙’의 책 표지는 훌륭하다. 촌스럽지 않다. 흡사 말끔한 정장을 입은 신사가 우주의 신비를 말할 것 같은 첫 느낌. 거기다 ‘한국 저자 최초 펭귄랜덤하우스 선 출간’, ‘전 세계 21개국 판권 계약’, ‘아마존 리뷰 평점 4.8 극찬’이라고 띠지에 쓰인 문구는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책이라고 강렬하게 말한다.
온라인 도서 구매의 확산 또한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에 석유를 붙는 격이 되었다. 거기에 발맞춰 ‘SNS와 인플루언서를 이용한 책 광고’ 방식은 출반 업계에서 일찍이 일반화되어왔다. ‘더 해빙’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SNS와 유튜브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활발하게 벌여왔다.(6) 인스타그램에서 ‘더 해빙’을 검색하면 1000건 이상의 결과가 나올 정도다.
잠시 생각해보자. 나에게 필요하지도, 유익하지도 않은 책을 고르게 된 요인이 단순히 공격적인 광고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또 다른 마케팅의 피해자가 아닐까?
2. 언제나 매력적인 소재, ‘돈’과 ‘부자’
세상 어디에 돈과 관련된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부와 행운을 끌어다는 비밀’을 당신에게만 알려준다면 누가 마다할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인 ‘돈’, ‘행복’ 그리고 ‘부자’는 언제나 자기계발서의 단골 요리다. 거기에 모든 고민이 해결되고 인생이 완벽하게 변화될 것이라는 MSG 음식 첨가물은 평범한 요리를 맛있게 바꿔준다.
비록 300쪽이 넘는 분량의 책이지만 핵심 내용은 단 5분이면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성공’의 모습을 이서윤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 준다.
‘대저택처럼 호화롭게 장식된 호텔’, ‘호수 위로 반사되는 지중해 햇살’ 등 우리의 성공한 모습을 소설처럼 보여줘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니 분명 ‘철저하게 준비된 기획력’의 승리라 말할 수 있다.
3. 잘 읽히는 스토리텔링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추천 고전 어드벤쳐 게임 10개]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인간은 이야기에서 삶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는다. 전직 기자인 홍주연이 상위 0.01%에 해당하는 부자들만 자문해준다는 신비한 구루, 이서윤을 찾아 나서는 과정의 시작에서부터 우리는 홍주연 기자가 된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털어 넣는 홍주연 기자에 감정이 이입되어 이서윤이 내놓는 해결책 한마디, 한마디에 감동하는 모습에서 자신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흡사, 친한 지인의 소개로 찾아간 용하다는 점집의 경험처럼 진행되는 이러한 방식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몰입감을 준다.
또한, 교과서처럼 단조롭고 딱딱한 문장보다 소설처럼 읽히는 대화체 문장은 독자의 지적 레벨과 무관하게 읽히기 쉽다. 따라서, 소설 형식으로 쓰여진 자기계발서는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이 분야에서 종종 사용된다. 역대 최장기간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런 방식이 사용되었다. 난해한 심리학자 아들러의 이론을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를 통해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덕분에 이 책은 가장 사랑받는 철학책이자 심리학책 중 한 권이 되었다.
분명 잘 읽히는 스토리텔링이 소설적인 재미를 더 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속빈 강정마냥 알맹이가 없는 경우도 있다. ‘더 해빙’도 마찬가지로 300 페이지중 꽤 많은 페이지가 정확하고 사실적인 정보를 제공하는데 쓰이기보다는, 단순히 이야기의 흥미와 재미를 위해 쓰이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독자후기 중 가장 불만이 많았던 사람들은 ‘책에 정확한 정보가 없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를 빙자한 소설이다.’ 라며 혹평하고 있다. 나도 이들의 생각에 동의한다.
4. 부족한 정보를 담은 모호한 단어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돈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해결하는 접근 방식은 다소 추상적이며 모호하다. 간절히 원하기보다는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과 가짐으로써 느끼는 만족에 집중해야 한다는 해결책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게다가, 긍정적인 에너지, 귀인, 재운, 우주 선물, 내면의 목소리 등 모호하고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단어들은 왠지 종교적으로 신비롭게만 다가온다.
이러한 추상적이며,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들은 부족한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태생적으로 부족한 정보를 싫어해서 과거 자신의 경험과 믿음으로 추상적인 단어의 공백을 메워나가 자신만의 완벽한 정보로 만든다. 귀인, 우주 선물, 긍정적인 에너지 등에 대한 의미를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면 다른 대답을 내놓는 이유도 이러한 원인 때문이다.
하지만, 본래의 단어들 자체가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그들 모두의 답변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영리하게 이러한 단어들을 교묘하게 사용하여 독자들이 원하는 답변을 독자 스스로 끌어내게 만든다.
“Having의 핵심은 편안함이에요. 진정한 편안함이란 내 영혼이 원하는 것과 행동이 일치될 때 느껴지는 감정이거든요. 흘러가는 물 위에 떠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는 느낌이죠. 이 감정이 바로 우리를 부자로 이끌어주는 신호예요.”
5. 책을 대표하는 키워드 – 해빙(Having)
소위 잘 나가는 책들은 자신만의 대표 키워드를 갖고 있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Outliers)” – ‘1만 시간의 법칙’, 맥스웰 몰츠의 ‘성공의 법칙’ – ’21일 법칙’ , 시크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넛지(Nudge) – ‘넛지 법칙’ 등 작가 자신의 이론을 대표하는 단어를 만들어 독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작가는 관련 사례나 검증된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여 왜 이러한 법칙들이 만들어졌는지 논리적으로 독자를 이해시키는데 페이지를 할애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법칙들 중 상당수는 맞고 틀리다는 논쟁을 지금까지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더 해빙’도 이러한 방식을 철저히 따른다.
해빙(Having)이라는 대표 키워드는 ‘부자가 되는 우주의 비밀’이며, ‘성공을 위해 지켜야 하는 행운의 법칙’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과학적인 근거나 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여타의 법칙들과는 달리 오직 한 개인의 경험과 생각에서 나온 것이기에 분명한 한계점을 드러낸다. 동서양 부자 10만 건의 사례를 한 개인의 통찰력으로 분석했다는 내용의 근거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확실한 출처 없는 일본 ‘경영의 신’ 마쓰시다 고노스케, 대학 교수 출신인 한 사업가, 이십 대 후반의 여성, 부동산 투자에 성공한 부자 등의 일화는 양산형 자기계발서에서 한번쯤 본듯한 식상한 내용들 뿐이다.
그럼에도 해빙(Having)에서 강조하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벌어서 적재적소에 올바르게 소비하는 것이 돈을 이끄는 비밀이다.”라는 말에 솔깃하는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며 순리적인 말을 예쁜 박스와 포장지로 멋지게 장식해 냈기 때문일 것이다.
“Having은 돈을 쓰는 이 순간 ‘가지고 있음’을 ‘충만하게’ 느끼는 것이에요.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는지 물어보셨지요? 여러 답이 있겠지만 부자가 되는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법은 이것이에요.”
우리는 왜 자기계발서를 읽을까?
‘더 해빙’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지만 ‘실천하면 너도 성공할 수 있다.’식으로 대표되는 자기계발서는 언제나 인기가 많다. 출판사의 공격적인 마케팅 그리고 그보다 일정한 구매자의 수요가 언제나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자기계발서를 읽을까?
라이프 코치이자 기고가로 활약 중인 매튜 존스(Matthew Jones)는, 왜 자기계발서가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Why Self Help Books Rarely Work)라는 글에서 자기계발서를 찾는 우리의 심리를 시적으로 표현한다.(7)
매튜 존스(Matthew Jones)
라이프 코치, 프리랜서 작가
우리는 균형감각을 잃어버렸고, 세상은 우리를 죽여간다.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나와 비슷한 창백한 회색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출퇴근을 한다. 맹목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사회, 자기만족과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사람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자랑하고 싶어하고 그것을 남몰래 살펴보는 관음과 관심의 SNS.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병들게 만든다.
불합리하고, 불평등하며, 불균형적인 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을 불신하고, 그 불신은 또 다른 불안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찾는다. 책들이 지금의 현실과 불안한 마음의 족쇄를 풀어줄 것이라고 믿으며…
매튜 존스의 말처럼 자기계발서를 찾는 많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 자기계발서를 읽는다.’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다양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를 찾는다.(8)(9)(10)
자기계발서의 부작용 (Side effect) – 1
불안감을 극복해주고, 자신감을 높여주며, 성공의 멘토 역할까지 대신한다는 자기계발서. 과연 자기계발서는 실제 우리 생활에 긍정적인 도움을 줄까?
안타깝게도 많은 사회 심리학자들은 자기계발서의 효능에 대해 ‘불확실하며 의심스럽다. (doubt and uncertainty)라고 말한다.(11)
몬트리올 대학(Université de Montréal) 사회 심리학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기존 우리가 생갔했던 자기계발서의 효능에 대한 선입견을 과감하게 깨부순다.(12)
30명의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1️⃣자기계발서를 읽는 그룹과 2️⃣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자기계발서를 읽는 그룹을 다시 1️⃣-① 인생의 행복과 부자가 되는 방법 등 자아성장과 발전을 위해 위해 책을 읽는 사람들과 1️⃣-② 연애, 잠, 학습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을 읽는 그룹으로 다시 나눴다. 분류된 각각의 그룹은 다양한 심리 테스트를 통해 스트레스, 우울증, 외향성과 자존감, 그리고 정서적 안정 지수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1️⃣자기계발서를 읽는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자존감이 낮은 등 정신적 건강면에서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은 그룹보다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줬다. 또한, 1️⃣-② 개인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자기계발서를 찾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우울증 성향의 지수가 높게 측정되었다.
바닥까지 내려간 자존감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희망 없는 하루하루를 반복되면,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처럼 자기계발서를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그럼에도 연구결과는 자기계발서를 읽은 후에도 우리에게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중요한 사실을 말해준다.
자기계발서의 부작용 (Side effect) – 2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The University of Waterloo)와 뉴브런즈윅 (The University of New Brunswick)의 공동 심리학 연구팀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이번에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을 대상으로 자기 계발서의 ‘나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I am a lovable person.)’라고 계속 되풀이하게 시켰다. 그리고 그들의 심리적 변화를 면밀히 관찰했다. 그 연구결과, 자기계발서의 긍정적인 효능에 대해 충분히 의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13)
-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문구를 반복해서 읽을 경우 일시적으로 자존감이 더 높아졌다. 그러나 그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경우 긍정적인 문구가 그들의 자존감과 감정을 더욱 나빠지게 만들었다.
- 심지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 중 문구를 읽게 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존감, 만족감, 행복감 등이 현저히 떨어졌다.
실험을 주관했던 심리학자 조안 우드(Joanne Wood) 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로 연구내용을 말한다.(11)
조안 우드(Joanne Wood)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마냥 긍정적인 칭찬과 말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에게 이득이 될 수 있어요. 그러나,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대로 역효과를 얻을 수 있죠. 오히려 강요하는 긍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생각을 부추기는 결과를 만들어내죠. 역설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극단적인 긍정적인 생각을 강요하는 것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그냥 하게 놔두는 게 그들의 감정면에서 더 나을 수 있어요.”
그럼에도 자기계발서에게서 도움을 받으려면…
자기계발서의 효능에 대한 사회학 실험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왔음에도, 분명 자기계발서가 도움이 되었다는 사례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자기계발서를 통해 인생을 역전시킨 사람들은 어떤 책을 골라, 어떻게 활용했기에 도움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일까?
프리랜서 작가이자 기고가, 제로엔 크라이젠브린크(Jeroen Kraaijenbrink)은 자기계발서에게서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독자 자신이 행위의 능동적인 주체자’가 되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는 책을 단순히 읽기를 마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닌 실천으로 옮겨야 비로소 ‘자기계발이 시작’된다고 재차 강조한다.(14)
자기계발서의 충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인생을 바꾸기 위해 행동으로 옮긴다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하지만, 배우 곽도원 씨는 이를 행동으로 옮겨 지금의 대배우로 성장했다. 그의 일화는 ‘자기계발서를 읽는 바람직한 우리의 자세’의 해답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자기계발서를 행동으로 옮기는 바람직한 순서
배우 곽도원 씨는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상황에서 책 ‘나는 지금 못 할 일이 없다.’중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문구를 실천에 옮겨 지금의 성공을 거머줘었다. 그가 실천에 옮기기까지 보여줬던 행동들은 ‘자기계발서를 행동으로 옮기는 올바른 순서’를 알려주는 훌륭한 지침이 된다.(15)
1. 메모하기
2. 계획 세우기
3. 실천하기
4. 행동에 책임지기
5.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책은 수박 겉 핥기’식으로 속독하기보다 정독하여보는 것이 좋다. 가슴에 크게 와 닿는 문구에 밑줄을 긋고, 강조 표시를 하고, 자신의 생각을 적어두자. 요약한 내용을 노트나 쪽지에 적어 수시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메모한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삶의 작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게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운다. 책에서 얻은 지식이 삶에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 단, 너무 무리한 계획은 득 보다 해가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히 알고 있지만, 고치려고 행동하지 않는다. 오래된 나쁜 습관은 바꾸기 어렵고, 새롭고 좋은 습관은 갖기 힘들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삶 속에서 변화와 발전은 절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자신을 개선하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계획한 바를 실현하지 못한다면 계획을 다시 조정하여 더 현실적으로 만들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이 이룬 작은 성과에 상을 주고 새로운 목표를 만들자.
지식을 구체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당신의 목표와 계획을 지인들에게 알리자. 그리고 성과를 보여주자. 다른 사람과 자신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성공을 향한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자신에게 맞는 올바른 자기계발서를 고르는 방법
아무리 자기계발서를 행동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도,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책을 고르는 것도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다. 미시건 대학( the University of Michigan)의 임상 심리학 교수, 데비드 야리안(David Yarian)은 책을 구입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먼저 던져보라고 조언한다.(16)
1. 저자가 책의 주제와 관련하여 충분한 전문가적인 경험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
단순히 ‘부의 축적’을 이루었다는 이유만으로 인생과 성공을 논하는 책을 쓴다. 그리고 전문가적 학식이 없는 방송인이 어줍지 않은 지식으로 학습과 정신건강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다.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현실을 왜곡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저자가 그 분야의 전문가인지 검증을 해볼 필요가 있다.
2. 저자가 책의 주제와 관련하여 충분한 전문가적인 경험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
단순히 ‘부의 축적’을 이루었다는 이유만으로 인생과 성공을 논하는 책을 쓴다. 그리고 전문가적 학식이 없는 방송인이 어줍지 않은 지식으로 학습과 정신건강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다.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현실을 왜곡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저자가 그 분야의 전문가인지 검증을 해볼 필요가 있다.
3. 복잡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현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수없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자기계발서는 단순히 파랑새만 쫓는 동화책일뿐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글은 삶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해준다.
4. 문제에 정확히 초점을 맞춰 해결책을 제시하는가?
책 한권에 여러 주제를 다방면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면 그 책은 반드시 피해야한다. 이런 책들은 ‘용두사미’식으로 처음은 거창하나 끝은 아무것도 없다. 단 하나의 문제를 다루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분명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책을 구입해라.
5. 일시적인 인기를 얻은 책인가?
고전 명작 책은 언제나 사랑받는다. 마찬가지로 좋은 자기계발서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된다. 일시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베스트셀러보다는 오랫동안 기억되어온 스테디셀러를 선택하자.
6. 실제 현장에서 쓰여진 연구나 조사가 이루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쓰였는가?
자기계발서가 객관적인 정보를 제시하고 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각주, 논문, 참고 문헌 등은 사실을 검증하고 확인했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근거 없는 유사 과학과 신비주의로 일관한 책은 황당무계하고 조잡스러운 소재와 이론 체계를 반복해서 말한다. 이런 것들은 책으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다.
7. 책이 마법의 물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가?
심각한 삶의 문제로 씨름하고 있을 때, 자기계발서를 따르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가? 책이 말하는 그대로 따르면 비현실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찬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가? 우리 중 누구도 어떤 노력과 희생 없이 자신이 들고 있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없다. 훌륭한 자기계발서는 단순히 신뢰할 수 있는 가이드일 뿐 무거운 짐을 내려줄 수 있는 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8.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알기 쉽게 설명되어있는가?
어렵고, 난해하며, 철학적이고 전문용어가 많은 책은 현실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나쁜 책이다. 반대로, 좋은 책은 단계에 맞춰 알기 쉬운 설명과 예시를 제시하며 순차적으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9. 책이 당신에게 말을 하는가?
글을 쓴 저자의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지는가? 문장 하나하나에 공감이 가는가? 만약 책의 내용이 당신의 생각과 다르고, 읽기 불편하다면 책 읽기를 당장 그만두는 것이 좋다. 아무리 좋은 책일지라도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과 일치를 이루지 않는 책은 쓸모가 없는 종이 쪼가리일 뿐이다.
‘더 해빙’ 같은 자기계발서, 정말 도움이 될까?
‘더 해빙’을 읽고 인생의 행복을 느꼈다는 사람의 후기를 읽을 때였다. 솔직히 나와는 다른 생각이 몹시 불편하고 불쾌했다. 자기계발서를 믿는 사람들은 그저 자신이 불안해서 그렇다. 자기계발서는 아무 쓸모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쓰기 시작한 것이 ‘더 해빙’ 같은 자기계발서, 정말 도움이 될까?’ 라는 제목의 글이다. 하지만, 글을 쓰고 자료를 찾아보며 내 생각의 어느 부분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분명 ‘더 해빙’을 극찬한 사람은 그 책 안에서 자신만의 진주를 발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매일 닦으며 애지중지 해왔을 것이다. 그런 행동 하나, 하나가 작은 변화를 만들어냈고, 결국 그의 인생을 바꿨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진주를 찾지 못했다. 아니 찾으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빈정되며 진주를 돌로 취급하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결국 나는 틀렸고 그 사람은 맞았다.
‘더 해빙’ 같은 자기 계발서, 정말 도움이 될까?’의 해답은 바로 ‘실천’에 답이 있었다. 진심으로 자신에게 와 닿고, 그것을 신념으로 여겨 행동에 옮긴다면 ‘더 해빙’은 최고의 책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반면, 불안한 마음에 자기 계발서를 읽기에만 그친다면, 고통을 잠시 잊기 위해 먹는 두통약처럼 언젠가는 그 고통이 다시 찾아올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글을 끝내기까지 무려 한 달여 시간이 걸렸다. 글을 쓰고 지우기를 매일, 생각을 바꾸기를 하루에 몇 번씩. 하지만 무엇보다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어느 곳, 어느 시간대에 있든 글을 읽어준 당신이 늘 행복하고 건강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출처
- 출처 1) 권익도 기자, 21개국 판권 수출 ‘더 해빙’, 인기 비결?, 뉴스 토마토, 2020/4/16
- 출처 2) 곽아람 기자, 코로나 불황에도 출판 시장은 순풍… 주식 분야 책 판매는 155% 늘어, 조선일보, 2020/6/3
- 출처 3) 서점가 베스트셀러 1위 ‘더 해빙’, 어떤 책이길래, 조선일보, 2020/4/20
- 출처 4) 홍순철, 코로나 세대, 불안한 심리를 저격한 ‘더 해빙’, 한겨레, 2002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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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6) 서은영 기자, 출판시장 움직이는 SNS의 힘!, 2017/12/4, 서울경제
- 출처 7) Matthew Jones, Why Self Help Books Rarely Work, HUFFPOST, 2016/3/21
- 출처 8) 마케톤 아돈, 우리가 자기계발서를 사는 이유, 브런치, 2017/7/29
- 출처 9) 배득형, 자기계발서, 왜 읽나요?, 브런치, 201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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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12) Université de Montréal, Self-help books: stressed readers or stressful reading?, Alphagalileo.org, 20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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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16) David Yarian, Selecting the Best Self Help Book for You, The Guide to Self Help 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