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와 통화 중에 자녀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보다 일찍 결혼에 성공하여 중학생이 된 자녀를 둔 그 친구는 아이 교육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식사 때마저 핸드폰만 쳐다보고 밥을 어디로 먹는지 모르는 아이에게 어느 날 친구가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고 한다.
'딸. 그것 그만보고 밥이나 제대로 먹어라. 유명 유튜버가 될 것도 아니고.' 그러자 돌아오는 말이 '아빠. 나 유튜브로 숙제 중이야.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면서.'라는 핀찬만 돌아왔다고 했다. 인터넷이 없던 우리 시대와는 전혀 다른 교육환경에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지,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길게 한숨을 내뱉는 친구에게 '정말 고생이 많겠구나.'라는 말만 해줬다.
자녀를 둔 아빠의 입장에서 친구의 고민이 머지않아 나의 일이 되리란 사실에 가슴이 답답했다. 그래도 혹시나 친구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지 '유튜브와 자녀의 교육'에 대한 관련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유튜브에 빠져살고 있는 친구 딸인 MZ세대가 기존의 우리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인식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리고 왜 이들에게 유튜브가 소중한 존재인지를 이해되기 시작했다.
진화된 미디어의 정점, 유튜브
미디어는 계속 진화해왔다. 신문, 잡지, 라디오 ,TV 등과 같이 단순히 몇개 채널만을 보유했던 미디어는 첨단기술을 등에지고 위성 방송과 같은 멀티채널 TV,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IPTV 등으로 빠르게 진보해왔다. 그러나, 그 중 가장 비약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룬 대표적인 미디어를 꼽자면 단연코 ‘유튜브’라고 말할 수 있다.
유튜브는 소비자의 취향과 선호를 고려해 매일같이 끝없는 컨텐츠를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로 ‘당신의 동영상 저장소(Your Digital Video Repository)’에서 ‘당신만의 방송국(Broadcast Yourself)’이라는 슬로건 아래 전 세계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유튜브와 함께 태어난 밀레니얼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유튜브는 새로운 형태의 놀이이자 소통의 창구이며, 학습의 도구가 되었다.
Z세대 삶의 일부, 유튜브
밀레니얼 세대 다음으로 주목받고 있는 Z세대는 1995년 이후로 태어난 세대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부모의 영향을 받아 디지털 학습도가 높으며, 사진/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생산에 직접 참여하여 자신의 의사표현에 적극적인 특징이 있다. 그래서 밀레니얼 시대보다 Z세대가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이를 활용한 적극적인 사회참여가 많은 편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매년 실시하는 ‘영상물 등급분류 인지도 및 청소년 영상물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청소년 영상물 시청 시간은 하루 평균 약 5시간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영상시청 시간이 늘어난 원인으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재택 시간과 원격 수업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1)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0년 6∼7월 전국 중1∼고3 학생 2천81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8%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튜브가 청소년이 가장 즐기는 미디어 채널로 조사됐다. 또한, 시사나 새로운 뉴스는 유튜브를 통해 가장 먼저 접한다고 밝힌 만큼 Z세대를 ‘유튜브 세대’라고 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유튜브는 그들의 삶에 있어 중요한 일부가 되어 있었다.(2)
Z세대만의 다른 정보검색 방법
앞선 세대가 네이버, 구글 등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검색했다면, Z세대는 유튜브와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인스턴트 메시지와 영상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공유한다. 이들은 한 번의 검색으로 원하는 영상에서 정보를 보고 듣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텍스트와 사진을 기반으로 한 기존의 검색 서비스는 오래되고 낡았다고 생각한다.(3)
유튜브는 Z세대 이용자에게 맞춰 영상 콘텐츠의 제목, 개요, 해시태그, 링크 등의 메타데이터와 일치하는 내용을 빠르게 찾아주는 서비스를 시행한다. 게다가, 이전에 시청했던 콘텐츠 기록을 바탕으로 연관된 콘텐츠를 알고리즘을 통해 보여줌으로 검색의 번거로움을 줄여주었다.
따라서, 영상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에 익숙한 Z세대들에게 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주는 유튜브는 그들에게 있어 ‘가장 완벽한 검색 사이트’가 될 수밖에 없다.(4)
글보단 영상을 선호하는 Z세대
앞서 언급했듯이, 어릴 때부터 유튜브로 원하는 영상을 검색하여 시청하며 소셜미디어로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는데 익숙한 Z세대는 이미지와 영상에 매우 친화적이지만, 글에는 배타적이다. 따라서, 책이나, 온라인의 텍스트보다 영상을 통한 정보 습득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에 기존 시대의 전형적인 지식 학습 방식인 책을 통한 학습에 쉽게 지루해하고 싫증을 느낀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을 결코 달갑지만은 않다. Z세대 아이들이 글을 전혀 읽으려 하지 않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상만을 쫓아다닌다고 걱정을 한다. 또한, 책을 읽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의 학습력과 집중력은 떨어지고, 비판적인 사고를 갖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결국, 아이들이 공부를 멀리하고, 저질 유튜버의 혐오‧왜곡‧허위정보나 행동을 여과 없이 쉽게 믿고 따라 한다고 우려한다. (4)
나는 이러한 염려를 충분히 이해한다. 정보와 콘텐츠의 홍수 속에 미디어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수용만해서는 절대 안된다. 요즘을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해선 반드시 비판적·분석적 태도를 갖춘 현명한 프로슈머(prosumer)의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학습력 감소의 일부 요인이 유튜브에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한 세대
그러나 너무 큰 걱정과 염려는 안해도 될듯하다. Z세대는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현명하고 똑똑하다. 그들은 기존의 낡고 오래된 관습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직접 찾는다. 비록 그들이 간혹 잘못된 정보를 검증 없이 믿기도 하지만, 그들만의 탁월한 순발력과 적응력으로 빠르게 실수를 만회하고 발전해나간다. 또한 거북이처럼 늦지만 학교 현장에서도 미디어에 대한 적절하고 체계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시행 중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하여 Z세대가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한 세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을 결코 달갑지만은 않다. Z세대 아이들이 글을 전혀 읽으려 하지 않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상만을 쫓아다닌다고 걱정을 한다. 또한, 책을 읽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의 학습력과 집중력은 떨어지고, 비판적인 사고를 갖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결국, 아이들이 공부를 멀리하고, 저질 유튜버의 혐오‧왜곡‧허위정보나 행동을 여과 없이 쉽게 믿고 따라 한다고 우려한다.(5)
“Z세대는 단 시간 내에 자신에게 가장 맞는 선택을 하는 똑똑한 세대입니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한 세대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들은 공동체를 위한 희생이나 사회가 원하는 기준이 아니라, 내 행복에 가장 집중해 이를 위한 실리적인 결정을 내립니다. 또한, 기성세대는 물론 밀레니엄 세대와도 차별화된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으며, 사회 문제에도 적극적인 참여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임명호 교수의 말처럼 Z세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두려움이 없다. 실제 500명의 Z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기업의 상품을 불매하겠다고 선택한 응답자는 55.4%였다. 마찬가지로, 브랜드를 선택할 때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응답도 59.5%에 달했다.(6)
Z세대의 생활방식, ABCDE
신동형 작가는 MOBILE INSIDE에서 기존 세대가 그들만의 잣대로 Z세대를 평가하는 방식부터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존 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Z세대는 보다 능동적이며, 창의적이며,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높다고 평가한다. 신동형 작가는 다음과 같이 Z세대의 생활방식을 정리했다.(7)
스마트폰에 익숙한 Z세대에게 게임과 동영상은 일상의 한 부분이다. Z세대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유튜브를 보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들은 게임과 유튜브를 통해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나간다. Z세대에게서 스마트폰을 뺏는다면, 그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만큼 스마트폰을 통한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가 이미 뿌리 깊게 형성되어있다.
Z세대는 유명해지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이 도전하는 일이 남들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며, 유명해지고 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들은 부모가 지어준 이름보다 스스로 만든 닉네임으로 SNS 활동을 활발하게 참여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착실하게 브랜드화시킨다.
Z세대는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어간다. 이들은 굳이 창의성을 교육받지 않더라도, 스마트폰만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준다. 그 예로 레고 블럭을 구입하지 않더라고,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현해낸다. 만약 실력이 부족하면 유튜브 동영상을 참고하거나, 관련 사이트에서 정보를 찾아 자신의 실력을 빠르게 보완해나간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Z세대에게 게임과 동영상은 일상의 한 부분이다. Z세대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유튜브를 보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들은 게임과 유튜브를 통해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나간다. Z세대에게서 스마트폰을 뺏는다면, 그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만큼 스마트폰을 통한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가 이미 뿌리 깊게 형성되어있다.
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트렌드에 민감하다. 특히 그들은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것을 확대 재생산하여 인터넷 밈(internet meme) 문화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SNS를 통해 빠르게 공유하고 전달하여 그들만의 새로운 문화를 번창시켜나간다. 이들이 번창시킨 문화는 기성세대의 문화를 침범하여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냈다. 유튜브에서 밈으로 뜬 스타가 공중파 TV에 나오기 시작한 것도 Z세대의 강력한 밈문화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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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에게 유튜브를 계속 보여줘야 할까?
‘Z세대에게 유튜브를 계속 보여줘야 할까?’라는 질문에는 기성세대의 오만과 편견이 다소 들어가 있다. ‘유튜브는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튜브는 나쁘다.’라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유튜브가 얼마나 긍정적이고, 도움이 되고 있는지 기성 세대들은 적극적으로 알아보려고도, 공부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단순히 어른이니깐, 어른만의 관점과 잣대로 자녀와 청소년의 행동을 측정하려고 든 것 뿐일 수 있다.
결국, Z세대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의 디지털 문화를 겸손되게 배우기 시작한다면, 어른으로서 우리는 이러한 질문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그대신 ‘어떻게 해야 우리 자녀에게 현명하게 유튜브를 사용하게 있을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고 있을 것이다.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와 내 친구가 왜 불편한 감정을 느꼈는지 마침내 이해됐다. 그것은 기존의 습득했던 우리의 정보와 지식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빠르게 변화는 사회에 대한 부적응 때문이었다. 언젠가 내 아이와 대화를 하다 이런 어색한 순간을 맞이하면 당혹스러운 감정이 분명 들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사실 어떠한 태도를 보여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Z세대 아니 그다음 세대인 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보여줄 작정이다. 그리고 좀 더 믿어줄 것이다.
출처
- 1) 이종민 기자, 영등위 “작년 청소년 영상물 시청 하루 평균 5시간, 연합뉴스, 2022/4/18
- 2) 배상률, 청소년 미디어 이용 실태 및 대상별 정책대응방안 연구 Ⅱ: 10대 청소년 보고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21/4/13
- 3) 노가영, 조형석, 김정현 저, 콘텐츠가 전부다., 미래의창, 2020/1/7
- 4) 하지수 기자, 치솟는 청소년 유튜브 의존도… 콘텐츠 가려 보는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조선일보, 2019/4/22
- 5)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단군 이래 가장 똑똑한 세대…소신 뚜렷하고 사회문제 참여, 문화일보, 2020/10/30
- 6) [‘요즘 애들’ Z세대]여가 시간엔 ‘유튜브’…친환경·사회책임 브랜드 선택 59.2%, 한국경제메거진, 2018/5/23
- 7) 신동형, [신동형의 Z세대 들여보기] 책보다는 유튜브…영상 중심 ‘Z세대’의 등장, MOBILESIDE, 2016/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