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틱톡 트렌드’를 모르면 ‘아싸’로 취급한다. 한국만 유독 그런 건 결코 아니다. 틱톡의 인기는 전 세계적 추세다. 당연히 여기 태국도 마찬가지다. 학교 쉬는 시간에 얘들이 흥얼거리는 노래나 끼리끼리 추는 춤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틱톡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만큼 틱톡은 Z세대의 대세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난 틱톡이 싫다. 화면을 내리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15초짜리 별 의미 없는 짧은 동영상, 중독성만 있는 빠르고 반복되는 음악, 그리고 그에 맞춰 한결같이 똑같은 춤만 춰대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중국산. 이런 수많은 요소들이 날 불편하게 만든다. 나만 유독 불편한 걸까? 아니다. 주위 다른 선생님들도 틱톡만 쳐다보는 학생들이 걱정된다며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그래서 틱톡에 대한 Z세대의 열렬한 집착이 걱정된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론, 교육 관련 종사자이자 사회 심리학의 팬으로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왜 Z세대, 그들은 틱톡에 열광할까?
이번에는 틱톡에 열광하는 Z세대에 대해 사회학, 심리학, 그리고 기술학적 측면에서 접근하여 왜 그들이 틱톡을 유독 좋아하는지 그 해답을 찾아본다. 소셜 미디어와 사회 현상에 관심이 많은 분, 사회·교육 심리학 분야, 미디어 전공자 그리고 Z세대를 상대로 마케팅을 하는 분들에게 좋은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앱, 틱톡
틱톡(TikTok)은 2021년 놀랍게도 구글을 밀어내고 가장 많은 방문자 수를 기록한 웹사이트 1위를 차지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앱 중 하나다. (1) 현재 12억 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2년 말에는 15억 명 이상이 틱톡을 이용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2) 따라서,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조만간 틱톡이 유튜브를 쓰러뜨리고 온라인 미디어 시장의 정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틱톡 월 활성화 사용자 (MAU) 증가 그래프 (출처: App Annie)
Z세대의 필수 앱, 틱톡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잘 나가는 틱톡! 그런데 사용자 연령층을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틱톡 사용자 보고서’에 따르면 무려 63%가 30대 미만의 젊은 층이라는 점이다. (3)
왜 그럴까?
자세한 이야기는 후반부에 하겠지만, 젊은 세대만의 사회적·문화적 특성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된다. 그들은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에 대한 거부감이 적으며, 오래된 것은 유행에 떨어진 것으로 치부하고 금방 싫증을 느끼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기에 현재 전 세계 십대 청소년들 중 불과 2%만이 페이스북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결코 놀랍지 않다. (4)
한국에서 틱톡은?
그렇다면 틱톡은 한국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까?
최근 ‘SNS/커뮤니티 앱 사용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틱톡의 사용자 순위는 1위 밴드(1,897만), 2위 인스타그램(1,833만), 3위 페이스북(1,169만)에 뒤이어 7위(407만)를 차지했다. 또한, 틱톡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른 경쟁 앱들에 비해 이탈률은 상대적으로 높고, 앱 설치 후 삭제까지의 기간도 짧은 편에 속했다.(5)
분석 결과만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서의 틱톡 인기와 선호도는 확실히 낮은 편이다. 그러나 틱톡만이 갖고 있는 강한 중독성은 인스타그램을 뛰어넘는다. 1인당 월평균 사용일 수를 살펴보면 인스타그램이 틱톡보다 사용빈도는 더 높지만, 틱톡의 사용시간은 인스타그램보다 두 배 이상 더 오래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틱톡 사용자가 한번 틱톡을 열면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또한, 10대의 틱톡에 대한 인기는 전세계적인 트랜드와 유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한국 청소년들은 단순히 영상을 보는데 만족하지 않고 립싱크, 노래, 댄스 등의 챌린지를 서로가 따라하며 자신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틱톡이 ‘10대 청소년의 온라인 놀이터‘이자 ‘젊은 Z세대의 트랜드를 잘 표현하는 문화공간‘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만큼 틱톡은 ‘Z세대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생활필수품’이라고 봐도 된다.(6)
‘미디어 소비 시대’에 태어난 Z세대
틱톡에 열광하는 Z세대. 먼저 그들이 어떤 세대인지 그 특징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나 출생 시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어 성장한 세대로서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디바이스(Digital Device)의 보편화로 인하여 밀러니얼세대(1981년〜1996년)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는 특성을 나타낸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하여 정보를 획득하고, 여가를 즐기며, 소비 금융 활동을 능수능란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지인들과 카톡이나 라인 등과 같은 인스턴트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SNS콘텐츠를 이용한 커
뮤니케이션 활동을 매우 활발하게 사용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디어 소비 시대’에 태어난 Z세대들만의 사회적·환경적 요인과 연결하여 틱톡의 인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7)
우리는 글자에서 사진, 그리고 다시 영상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소비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 영상이 우리 일상생활을 얼마나 크게 바꿨는지 목격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 흐름 속에서 태어난 Z세대들은 어떨까요?
Z세대는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세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겐 어릴 때부터 궁금한 것이 생기면 언제든 답을 찾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란 것이 늘 존재해왔습니다. 자연스럽게 영상을 통해 정보를 제공 받는 방식을 학습한 세대라고 볼 수 있죠.
그들이 본격적인 소비 연령층이 되자 이들은 보다 감각적이고 재미 위주의 영상을 선호하기 시작합니다. 그러한 트렌드를 반영하여 몇 년 전부터는 영상의 길이는 지속적으로 짧아지고 콘텐츠는 쪼개져서 제공하는 추세가 강해졌죠.
그리고 그에 맞춰 등장한 것이 바로 틱톡입니다. 맞습니다. 완벽하게 Z세대가 원하는 것을 딱 이뤄주는 플랫폼이 나타난 것이죠. 틱톡의 인기에는 바로 이러한 이유가 숨겨져 있습니다.
Z세대를 다르게 분석한 관점도 있다. 최강소비권력 Z세대가 온다의 저자, 제프 프롬 (Jeff Fromm)은 Z세대가 문화와 비즈니스 전반을 바꾸는 게임 체인져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디지털 원주민 Z세대의 뇌 구조는 기존 세대와 완전히 다르며 이를 빠르게 파악하고 분석하여 시스템을 적응시켜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8) 그렇다면 Z세대의 뇌 구조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Z세대, 왜 틱톡에 열광할까?
왜 10대 청소년들은 틱톡에 열광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틱톡의 인기에는 ‘시대적 특성과 기술적 요인의 절묘한 결합’ 덕분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Z세대만이 갖고 있는 시대적 특성은 무엇이고 틱톡 만이 갖고 있는 기술적 장점은 무엇이 있는 것일까? 이를 자세히 알아보자.
틱톡 인기 이유 1. Z세대를 떠나 인간 모두는 재미를 추구하는 존재
1. 틱톡은 철저하게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이다.
그래서 틱톡은
재미있다.
2. Z세대는 재미있고
단순한 경험을 즐긴다.
Z세대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 모두는
재미를 추구한다.
3. 따라서, Z세대가
틱톡을 좋아하는 것은
재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기에
당연한 일이다.
위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당연히 옳다는 생각보단 억지 주장을 펼친다고 피식 웃고 있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내가 한 것이 아니다. 여기 논법에는 사실 문화인류학의 대가,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의 견해가 들어가 있다.
요한 하위징아는 현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현명한 인간)’ 대신 호모 루덴스(유희적 인간)’라고 부르며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법률·철학·예술·학문·정치 등의 모든 인류 문화가 서로 다투고 경쟁하는 놀이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9)
그렇다면 ‘놀이’란 무엇일까?
하위징아에 따르면, 놀이는 ‘먹고 사는 문제나 물질적인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행위’라고 정의한다. 놀이는 자유 시간에 행해지는 것으로 노동과 다르며, 무엇보다도 누가 시켜서 하는 놀이는 더 이상 놀이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스스로 원해서 하는 ‘자발성’이야말로 놀이의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또한, 하위징아는 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일과 놀이가 엄격히 분리되고 단순히 놀기 위한 놀이가 안 좋은 것, 퇴폐적인 것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는 삶이 충만한 ‘놀이 정신’의 회복과 놀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인간 문명을 빛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한다.
놀이를 동물이나 어린아이의 생활에 나타나는 행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기능으로 인식할 때, 비로소 생물학과 심리학의 경계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문화를 예의 주시해 보면 놀이가 문화의 정립 이전부터 당당한 크기로 존재했음을 알 수 있고, 이어 선사 시대의 초창기부터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문화를 수반하면서 그 속에 침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세계 어디에서나 놀이가 ‘일상’ 생활과는 구분되는 잘 정의된 특질을 가진 행위로 정립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요한 하위징아
틱톡 인기 이유 2. 틱톡은 ‘재미’를 추구하기 위한 놀이 도구
정리해보자. 요한 하위징아는 ‘놀이’가 인류 문화를 번성하게 만든 중요한 요소이며, ‘놀이’를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여기에 나는 틱톡이 ‘재미 추구를 위한 놀이 도구’이자 ‘호모루덴스’로 불리는 인간의 특성에 잘 부합하는 소셜미디어라고 덧붙여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10)
틱톡 인기 이유 3. 틱톡은 개성있는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
일찍이 언급했듯이, Z세대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리고 남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Z세대만의 이러한 특징을 틱톡은 일찍이 알아채고, 틱톡은 ‘긍정적인 자기표현’을 할 수있는 소통의 창구라는 인식을 심어주려 노력했다.
앱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강조한 “그냥 너 답게 즐기는 거야” 라는 틱톡 슬로건이 Z세대에게 먹히는 이유도 바로 Z세대만의 특성을 정확히 분석했기 때문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Z세대는 음악, 영상, 사진 등을 능수능란하게 가지고 놀며 자신만의 스타일로 더 재미있게 콘텐츠를 재가공한다. 그렇게 Z세대의 취향에 맞게 가공된 다양한 ‘밈’은 끊임없이 확대되고 또 다른 형태로 바뀐다. 결국 틱톡은 재미를 만들어내는 마르지않는 화수분이 된 것이다.
틱톡 인기 이유 4. 누구나 쉽게 제작할 수 있는 틱톡
틱톡은 작동법은 단순하고 쉽다. 그저 손가락을 밀어 올리면 곧바로 다음 영상이 나온다. ‘좋아요’나 ‘댓글’도 곧바로 누를 수 있다. 이러한 간단한 조작법은 즉각적인 피드백과 상호작용으로 이어져 더 많은 활동을 유발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11)
동영상 편집 또한 마찬가지다. 틱톡은 철저하게 모바일 기반의 플랫폼이다보니, 스마트폰 하나면 언제든 동영상을 제작해 업로드할 수 있다. 촬영과 동시에 영상 속도 조절, 각종 효과 삽입, 배경음악 삽입이 가능하다. 촬영과 거의 동시에 결과물이 만들어지다보니 이용자 참여율이 다른 플랫폼에 비해 월등히 높다.
틱톡을 서비스하는 바이트댄스(ByteDance) 코리아 배정현 이사는 틱톡만의 간편한 영상 제작환경이 성공원인이라고 밝힌바 있다.(12)
다른 플랫폼은 10% 정도 이용자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이용자가 ‘눈팅’만 하는 반면 전체 틱톡 이용자 중 66%가 실제 자기만의 영상을 만들어 올립니다. 그리고 “좋아요” 버튼을 누르거나 공유를 하고, 댓글을 남기는 등 적극적으로 콘텐츠에 참여하는 이용자 전체 91%에 달합니다. 생산과 소비 경계를 낮춘 덕분에 틱톡은 굉장히 인터렉티브한 플랫폼이 됐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배우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길 꺼리지만 재능은 충만한 Z세대. 그들 입장에선 빠르고 간편하지만 원하는 기능이 모두 들어가 있는 틱톡이야말로 그들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하는 플랫폼일 수 밖에 없다.
마무리 – Z세대에, Z세대에 의한, Z세대를 위한 틱톡
틱톡은 재미있다. 틱톡은 단순하고 짧은 경험을 제공한다. 틱톡은 개인의 개성을 강조한다.
그렇기에 틱톡은 Z세대들에게 가장 핫한 소셜 플랫폼이자, 뉴미디어 플랫폼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분명히 몇 년 후면 유튜버는 레드 오션으로 가치를 잃을 것이고, 반대로 틱톡커는 10대 청소년들이 가장 되고 싶어 하는 희망 직업 1 순위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은 어른 세대는 그들과의 또다른 문화 단절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틱톡이 우리에게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함께 조사했다. 그러나 분량의 문제로 편집 과정에서 일부를 들어냈다. 조만간에 ‘틱톡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글로 다시 한번 찾아뵙겠다. 그때까지 언제나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빈다.
출처
- 1) Sofia Cardita, In 2021, the Internet went for TikTok, space and beyond, Cloudflare, 2021/12/20
- 2) TikTok Revenue and Usage Statistics (2022), BusinessofApp, 2022/2/24
- 3) Davud Curry, TikTok App Report 2022, 2022/3/9
- 4) Emily McCormick, Snapchat widens lead over TikTok, Instagram as teens’ favorite social media app: Piper San, Yahoo Finance, 2022/2/24
- 5) SNS/커뮤니티 앱 사용 분석 리포트, 모바일 인덱스, 2022/4/12
- 6) 최예슬 기자, 가요계 흥행 보증수표된 틱톡 – 댄스 챌린지, 국민일보, 2022/4/20″
- 7) 김성모기자, ‘디Z털 세대’의 시간은 ‘틱톡’ 흐른다, 동아일보, 2022/3/19
- 8) 제프 프롬,앤지 리드, 최강소비권력 Z세대가 온다 – Z세대를 사로잡는 마케팅의 모든 것, 홍익, 2018/12/18
- 9) 요한 하위징아,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 개정판, 연암서가, 2018/7/15
- 10) 부담 없이 Z세대 홀리는 15초 마법-더 재미있게’ 숏폼 플랫폼 춘추전국 시대, 동아 비즈니스 리뷰, 2021/12
- 11) Emanuel Negromonte, How TikTok is Affecting Youth: Positive and Negative Effects, Dinheirobr, 2021/8/25
- 12) 차현아 기자, 10대들 놀이터 틱톡…성공 비결은, IT조선, 2019/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