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사이트에 쓸 정보를 찾기 위해 노트북 모니터를 쾡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나에게 아내가 다가왔다. 그리고 아내는 ‘내 친구가 보여줬는데 이거 우리 아들한테 정말 필요할 거 같아. 이거 한 번 봐봐.’라며 핸드폰을 내게 건넸다. 핸드폰 화면에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가 자기 딸과 같이 찍은 사진이었는데 유독 그 딸이 앉아 있던 노란색 유아용 식탁 의자가 눈에 띄었다.
‘이 사람이랑 친구였어?’ 내 물음에 아내는 그것이 뭐가 중요하냐는 듯이 ‘맞팔한 사이야. 내가 팔로우한 지 엄청 오래돼서 친구나 마찬가지지. 그나저나 이거 오늘 살까?’라며 핸드폰을 다시 가져갔다.
왜 내 아내는 SNS 아이디와 얼굴만 아는 그 사람을 친구라고 내게 말했을까? 내가 SNS를 잘하지 않아 그쪽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SNS를 많이 하면 소셜미디어의 유명인을 친구로 착각하는 것일까?
정보 찾기를 중단하고 이것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인플루언서(Influencer)와 인플루언서 마케팅(Influencer Marketing)의 뜻을 알아보고 우리는 왜 SNS 인플루언서를 친구로 생각하는지 그 해답을 찾아보겠다.
인플루언서(Influencer)와 인플루언서 마케팅(Influencer Marketing)
인터넷의 발전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었다. 그러면서 평범한 일반인도 그가 만든 콘텐츠를 통해 큰 파급력을 지니게 되었다. 이렇듯 콘텐츠의 인기와 더불어 연예인과 같은 인기를 얻은 사람들을 일컫어 인플루언서(Influencer)라고 한다.인플루언서는‘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개인(Influence + er)’이라는 의미의 신조어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에서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에 달하는 팔로워를 보유한 사람을 의미한다.(1)
인플루언서가 생산한 콘텐츠가, 미디어 광고와 유사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게 되면서 기업과 대형 유통 시장에서는 인플루언서를 적극 활용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Influencer Marketing)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기존 대중매체에 의한 광고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이 신종 마케팅은 오랜 시간에 걸쳐 친밀감을 쌓아 올린 팔로어와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광고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상품에 대한 신뢰감이 높다는 이점이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전문기관인 미디어 킥스(Mediakix)에 따르면, 이 마케팅은 세계적인 트렌드로 2017년 25억 달러에 달하던 시장규모가 2021년에는 138억 달러 수준으로 18%이상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민낯
기업과 인플루언서를 연결해주는 스타트 업체, 김진아 대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가파른 성장세의 비결을 ‘인플루언서의 강력한 영향력’에서 찾고 있다.(3)
“요즘 소비자는 ‘누가 얘기하냐’를 중요시해요. 기왕 돈 주고 물건을 살 거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자주 보여주고, 말하는 것을 사는 게 더 좋지 않겠어요? 그래서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강해진 거죠.”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커지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활용이 증가함에 따라 그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부작용 중 하나가 많은 구독자를 거느린 가짜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다. 구독자나 팔로어 수가 돈으로 직결되다 보니 팔로워나 좋아요 수를 돈을 주고 구매하거나,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가짜 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 영향력을 부풀리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SNS 팔로어/좋아요 늘리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업체들을 구글에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이유도 이쪽 사업이 널리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한 업체의 홍보 내용에는 한국인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1000명 늘리는 비용은 10만 원대이고, 외국인의 경우는 2만원 정도라고 밝혔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영업방식
가짜 인플루언서가 ‘팔로워나 좋아요 수’를 의도적으로 늘려 특정분야의 유명인사가 되기 시작하면, 이 인플루언서들은 본격적으로 관련 분야 제품을 홍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홍보된 상품에 유령 계정 사용자들을 이용해 긍정적인 댓글을 연속으로 달아 물건의 신뢰성이 높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만든다.
이런 가짜 인플루언서의 조작되고 날조된 인기 그리고 유령 계정 사용자의 긍정적인 댓글들은 밴드왜건 효과( bandwagon effect)를 만들어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게 만든다. 뉴스톱의 지윤성 기자에 의하면 한국의 67%의 인플루언서는 가짜며 우리는 가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잠재적인 피해자라고 말한다.(4)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부작용과 문제점
신용할 수 없는 인풀루언서가 팔고 있는 상품들에 하자가 있다면? 모든 피해들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환불과 교환이 불가능하다. 다음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부작용과 문제점들을 간단히 정리해봤다.
인플루언서는 왜 친구가 되었는가?
지금까지 ‘인플루언서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의미’, 그리고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알아보았다. 이젠 내 아내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왜 인플루언서들을 쉽게 신뢰하고 친구로 생각하는가를 알아볼 차례다.
인간은 시각적 동물이자 사회적 동물
SNS와 인플루언서를 친구이자 가까운 사람으로 인식하는 원인으로 인간이 시각적이면서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심리학계에서 밝히고 있다.(7)
인간은 시각적 동물이다.
3M 기업의 연구조사에 의하면 우리 뇌는 문자보다 이미지를 60,000배 더 빠르게 인식하며, 문자, 청각보다 이미지를 보다 더 쉽게 기억하는 것을 알아냈다. 그만큼 이미지는 우리가 사회에서 필요한 것을 학습에 있어서 중요한 필수 요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우리가 이미지가 넘쳐나는 정보화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각적인 이미지가 우리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고 점차 보이는 이미지가 사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굳이 있는 그대로 믿는 성향이 커지게 되었다.(8)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자신의 현재 상황을 다른 사람과 지속적으로 비교하고 자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사회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의견과 능력을 평가하려는 욕구가 있으며 객관적인 평가가 힘들 경우에는 타인과 비교하려는 심리가 있다고 했다. 이를 그는 사회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라고 일컫었다.(9)
인간은 시각적 동물이자 사회적 동물이기에 SNS상의 인물을 친구로 간주한다.
실제 교류와 만남이 없지만 내적 친밀감을 느끼고 항상 자신의 워너비인 존재로 매일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일상이 반복된다면 그들을 친구라고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이란 존재가 시각에 민감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려는 심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인플루언서를 친구라는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 인문학적 관점에서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외에도 다른 복합적인 이유로 우리는 인플루언서를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 그 다른 이유를 알아보자.
연예인을 향한 상향비교, 인플루언서를 향한 유사비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유명 연예인들 중에 어느 하나 뚱뚱하거나 못생긴 사람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은 최고의 이미지만을 보여주기 위해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몸매 관리와 식단을 조절받으며 주기적으로 외모를 꾸민다. 그리고 한 장의 사진을 위해 헤어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포토그래퍼, 포토샵 디자이너 등 여러 명과 일을 하여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이해하기도 전에 우리는 단지 한 장의 이미지에서 보여주는 연예인의 모습을 자신보다 높은 위치나 우월한 사람을 자신과 비교하여 자신을 성장시키려는 욕구인 상향비교(Upward Comparison)을 통해 자기 자신의 외모와 비교하고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족을 나타내고, 비교 대상인 연예인을 질투하는 부정적인 감정을 만들어진다.(10)
그렇지만 나와 비슷한 보통의 사람, 보통의 인플루언서는 다르다. 그들은 연예인이 아니라 내 주위 친구 혹은 가족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특별히 날씬하거나 뛰어난 외모를 지니고 있지않은 그저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고 내가 먹은 점심을 먹으며 하루를 보낸다. 그래서 더욱 친근한 감정이 든다. 사실 이런 심리는 당연하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연예인과 같이 높은 위치의 사람과 비교하려는 상향비교 심리보다 내 수준과 비슷하고 만만한 친구와 비교하려는 유사비교 심리(lateral comparison)가 더 긍정적인 감정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기 때문에 쳐다보기 힘든 연예인보다 우리 수준과 비슷한 인플루엔서에게 더욱 호감과 친근감을 갖는 것이다.(10)
인플루언서는 연예인과 친구의 중간사이
특히 여자의 경우, 소셜미디어를 하는 이유가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기 위해서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연구에서 남자는 단순히 친구를 찾기 위해 SNS를 하지만, 여자의 경우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고 비교가 가능한지 그리고 나보다 나은 게 있다면 무엇인지 그 정보를 얻기 위해 SNS를 한다고 밝혔다.(11)
혹시 당신이 여성이고 인스타그램 친구들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이 나랑 비슷하거나 나보다 조금 나은 여자들의 계정이라면 그들에게서 정보를 얻기 위해 친구를 맺었다는 사실을 숨기기 어려울 것이다. 챙피할 필요는 없다. 이것도 사람이 갖고 있는 하나의 본능이니깐.
이러한 심리를 아까 언급한 유사비교(lateral comparison)라고 한다. 그리고 이 심리는 상향비교(Upward comparison)와 하향비교(Downward Comparison)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플루언서에게 호감과 친밀감을 더 느끼는 것이다.
분명히 인플루언서는 연예인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애매모호한 중간의 영역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무엇이라고 특정지어 분류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그들의 진짜 이름이 아닌 아이디와 SNS에 올린 사진만으로도 그들을 내 친구로 인식하는 것이다. 설령 그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할지라도.
유대강도 이론(Theory of Tie Strength)으로 본 인플루언서
미국의 유명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는 유대감있는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네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유대강도 이론(Theory of Tie Strength)이라고 명시했다.(12)
우리가 인플루언서를 친구로 생각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유대강도 이론의 네 가지 조건의 순서 하나하나에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에 조금 놀랍고 한편으로는 소름이 끼치기도 하다.
인플루언서와 팔로워/구독자의 준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
인플루언서와 팔로워/구독자의 관계가 간단히 안부를 묻는 사이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비밀과 감정을 공유하고 인플루언서가 홍보하는 제품을 기꺼이 구입하는 단계까지의 관계를 준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라고 한다. (13)
준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란 미디어를 매개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통해 만들어진 관계를 말한다.
준사회적 관계 안에서 인플루언서는 자신에 대한 신상 정보와 일상생활을 공개하고 팔로워/구독자의 댓글 참여를 유도하여 자연스럽게 친밀한 관계를 이끈다. 그리고 같은 성향과 취미, 유사한 의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줌으로 더욱 강한 준사회적 관계를 만들어간다. 이렇게 준사회적 상호작용이 활발해지면 SNS를 통한 인플루언서와 팔로워/구독자와의 관계가 의례적인 삶의 일부로 변모하게 되고 인플루언서에 대한 애착심도 강해지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인플루언서가 홍보하는 제품을 구입하는데 주저없게 된다.(14)
내 아내가 친구라고 믿고 있는 인플루언서가 사진 속에서 광고했던 유아용 식탁 의자를 구매하려고 하는 이유도 강한 준사회적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인스타그램를 포함한 모든 SNS의 좋아요, 댓글, 인플루언서의 포스트의 공유는 이런 준사회적 관계를 강하게 맺게 하기위한 비즈니스 업계의 무서운 음모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가져본다.
마무리 – 내 삶에 깊숙히 침투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마침내 아내가 구입한 노란색 유아용 식탁 의자가 어제 도착했다. 하지만, 내 아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생각보다 유아들이 앉기에 불편하게 만들어졌던 모양이다. 아내가 보여줬던 사진 속의 여자아이도 분명히 그 의자에 앉아 활짝 웃기까지 몇 번의 울음을 터트렸을 것이 분명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내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해있다는 것이 여간 불편하지 않다. 그리고 그 인플루언서가 돈으로 만들어진 가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화가 났다. 오늘 시간이 지나면 아내와 이것에 대해 상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 아이를 그 의자에 앉히고 사진을 같이 찍고 있는 아내를 보고 있자니 이것도 하나의 행복인데 내가 너무 예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아는 것이 독이다.
출처
- 1) 이유미 기자, ‘인플루언서’가 뭐길래…온·오프라인 유통가 점령, 연합뉴스, 2018/8/19
- 2) Jacinda Santora, Key Influencer Marketing Statistics You Need to Know for 2022, Influencer Marketing Hub, 2022/3/29
- 3) 박민제 기자,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30만원 썼더니 카페 매출 2.5배로, 중앙일보, 2019/8/11
- 4) 지윤성, 국내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67%가 가짜, 뉴스톱, 2018/8/13
- 5) SNS마켓 이용자 3명 중 1명 피해 경험, 매일경제, 2020/6/30
- 6) 김태훈 기자, 인증샷 탈을 쓴 ‘인플루언서 마케팅’, 주간경향, 2019/1/7
- 7) Zulie Rane, Why Does Your Brain Think Influencers Are Your Friends?, Medium, 2019/10/22
- 8) Tea Romih, Humans Are Visual Creatures, Seyens, 2016/10/12
- 9) 차경진, 이은목, 사회비교이론 관점에서 살펴본 SNS 이용중단 의도, The Journal of Society for e-Business Studies, 2015/8
- 10) Shirley S. Ho, Edmund W. J. Lee, Youqing Liao, Social Network Sites, Friends, and Celebrities: The Roles of Social Comparison and Celebrity Involvement in Adolescents’ Body Image Dissatisfaction,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2016/8/16
- 11) Choi. J., Prieler. M., Broadening the Scope of Social Media Effect Research on Body Image Concerns, Sex Roles ,2014/12
- 12) Nina. H., Sabrina. C., Anna. P., & et al., Men Are from Mars, Women Are from Venus? Examining Gender Differences in Self-Presentation on Social Networking Sites, Cyberpsychology, Behavior, and Social Networking,2012/2/19
- 13) Jennifer Golbeck, You’re Not Really Friends With That Internet Celebrity, Psychology Today, 2016/7/28
- 14) 유재홍, 개인방송, 그 수익의 근원,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2016/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