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이번에는 무언가를 완벽하게 배우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는지 궁금했다. 이 분야에서는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이 지배적이다.
무언가를 완벽하게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 법칙.
하지만, 무언가를 완벽하게 배우고 익히기 위해 1만 시간, 즉 하루에 평균 약 3시간, 일주일에 20시간씩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정말 필요한 것일까?
‘재능과 노력’에 대한 연구하고 책을 출판한 사회심리학자와 교육 관련 전문가들. 그들의 견해가 서로 조금씩 상반된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연구결과가 맞다고 주장하는 데, 그 모습이 흡사 무협지에서 ‘최강의 검법’을 차지하기 위한 각 문파 간의 경합을 보는 듯하다. 과연 이들이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 어떠한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재능과 노력’은 무슨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아본다.
사회 심리학이나 인지 심리학에 관심있는 분, 그리고 특히 자기 계발에는 관심이 많지만, 자기 계발서를 혐오하는 분들에게 정말 좋은 읽을 거리가 될 것이다. 이 글은 시간 3 부작 중 2부에 해당한다.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를 읽지 않아도 충분한 이해가 가능하지만, 되도록이면 이전 글을 읽고 이 글을 보기를 추천한다. 비슷한 소재의 흥미로운 이야기 진행과정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
최고의 경영저술가이자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의 최대 역작 《아웃라이어》이 출간된 후에 ‘연습이 최고를 만든다(practice makes perfect)’는 격언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전 세계 대중들은 ‘1만 시간의 법칙’에 빠져든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아무리 뛰어난 영재나 특출난 재능이 있는 사람도 한 분야의 최고가 되기까지는 ‘1만 시간’ 동안의 학습과 경험을 통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아웃라이어>에서 빌 게이츠, 비틀스, 모차르트 등의 성공 신화를 예로 든다. 그러면서 성공한 사람은 단순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않았으며, 공통적으로 그들의 비범함과 특별함은 그들의 숨겨진 이점과 특별한 기회 요소, 그리고 문화적 유산과 역사적 공동체의 혜택에서 나온 종합적인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말콤 글래드웰은 성공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1)
“성공은 무서운 집중력과 반복된 학습의 산물이다.”
– 말콤 글래드웰 (Malcolm Gladwell) –
1만 시간의 법칙… 근거는?
말콤 글래드웰은 심리학자나 교육자가 아닌 저널리스트다. 쉽게 말해 그는 한 분야에 평생을 바쳐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말해주는 이야기꾼이다. 이런 그가 ‘1만 시간의 법칙’을 주장하는 정확한 정보의 배경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1993년, 스웨덴 출신의미국 콜로라도대 연구원, 안드레스 에릭슨(K.Anders Ericsson)과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랄프 크람페(Ralph Th. Krampe), 클레멘스 테쉬뢰머(Clemens Tesch-Römer) 연구원이 심리학 평론(Psychological Review)에 “전문역량 습득에 의도적 연습의 역할(The role of deliberate practice in the acquisition of expert performance)”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이 연구는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의 사례를 통해 ‘재능과 연습의 관계’를 밝혀낸 논문으로 현재 무려 10,283회나 다른 논문에 인용되었을 만큼 여러 학회나 관련 연구분야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2)
이 논문에서 20살 전후의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의 연습 실력을 기반으로 교수가 ‘세계적인 프로 연주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최고의 학생(Best Student)’, ‘우수한 학생(Good Student)’, ‘학교 선생이 될 평범한 학생(Good Student)’의 세 가지 등급으로 분류하였다. 그 이후, 각기 다른 그룹 학생들의 연습량을 조사하였는데, 최고의 학생 연습량은 약 1만 시간에 달했으나, 우수한 학생은 약 7~8천 시간, 평범한 학생들은 약 3~4천 시간에 머물렀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피아노를 포함한 여러 다른 분야를 조사 해 보니,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마침내 연구팀은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 최소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는 결론을 내리고, 연습량이 곧 성공의 가장 큰 결정적인 요인으로 간주하였다. 이 연구 논문을 토대로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책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만들어낸다.
안드레스 에릭슨의 <아웃 라이어>비판
이 논문 공동 저자 중의 한 명인 안드레스 에릭슨(K.Anders Ericsson)은 말콤 글래드웰이 연구 논문의 일부분만을 인용하여 ‘1만 시간’의 법칙을 만들었고, 이는 지나치게 단순 해석한 것이며 심지어 이것조차 잘못 전달되었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3)
“우리의 논문이 발표되었을 때, 교육 연구기관 및 전문가들의 관심을 받았어요. 그러나 말콤 글래드웰 씨의 책 덕분에 우리 논문은 거의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죠. 아. 그 부분에 대해선 일단 감사부터 전해야겠군요. 단순히 ‘1만 시간’만 투자하면 모두가 최고가 될 수 있다.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오죠. 특히 ‘1만 시간’의 법칙. 참 딱 입에 떨어지니 더 듣기 좋죠. 하지만, 많은 부분이 지나치게 너무 단순화되었어요.
글래드웰 씨는 단순히 ‘바이올린을 연습한 학생이 1만 시간을 연습하니 최고의 학생이 되었다.’ 라는 연구결과에서 ‘1만시간’ 만을 오려서 ‘법칙’이란 단어에 갖다 붙였어요.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수있어요.
5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해서 10년 후인 15살에 최고가 될 수는 없어요. 프로 바이올리니스트로 가기 위해선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죠. 피아니스트도 마찬가지예요. 13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시작해서 23살에 최고가 된 피아니스트를 찾아보긴 힘들죠. 1만 시간에는 어떤 특별한 법칙이 존재하지 않아요. 그저 바이올린 거장의 자질을 보이는 학생들이 20살 때까지의 평균 연습량이 ‘1만 시간’이라는 것 뿐이죠.”
1만 시간의 정교한 연습(Deliberate Practice)
말콤 글레드웰이 자신의 주장에 가장 중요한 근거로 들고 있는 자료를 잘못 해석했다면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그러나 이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안드레 애디슨 박사의 대화에서 그는 이번에는 ‘연습’에 대한 정의가 잘못되었다고 덧붙여 설명한다.(4)(5)
“우리가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1만 시간’이 아니라 1만 시간의 연습. 즉 올바른 연습’을 핵심으로 봤어요. 그러고 보니 글레드웰 씨는 우리가 말한 “연습”에 대해서도 잘못 이해하고 있더군요.
우리가 말하는 연습은 정교한 연습 (deliberate practice)이에요. 정교한 연습은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실수를 피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문가에 의한 혹독한 평가를 받으며 훈련하는 고도의 집중된 전략적인 연습을 말해요. 정교한 연습의 도전 과제는 적절히 어려워야 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되죠. 그리고 실수나 실패를 통해 개선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피드백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이런 정교한 연습은 재미가 없고 그야말로 피와 눈물이 날만큼 혹독하죠. 이런 지독하고 혹독한 시련과도 같은 연습을 1만 시간 동안 반복해야 비로소 최고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어요. 이런 것들을 다 무시하고 그저 ‘반복해서 10년만 연습하면 최고가 된다.’라고 말하면 안 되죠. 그리고 똑같은 것을 10년 동안 꾸준히 반복한다고 해서 실력이 늘지도 않고요. 그러고 보니 글레드웰 씨가 말했던 것 중 딱 하나만 맞았네요. 꾸준한 반복.”
그는 마지막으로 ‘1만 시간의 법칙’이 왜 불편한지 그리고 올바르고 현명한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한다.
“제가 글래드웰 씨가 말한 ‘1만 시간의 법칙’에서 가장 염려스러운 점은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된다.‘라는 생각이에요. 우리가 말한 ‘1만 시간의 연습’의 핵심
은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얼마나 올바른 방법’인지에 달려있어요.
무턱대고 오랜 시간을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고 현명하게 열심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오랜 연습시간만큼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어떠한 방법으로 효율적으로 보내며, 어떻게 연습의 질을 높일 것인지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죠.”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 그의 반박
안드레스 에릭슨의 기사가 비즈니스 인사이드에 올라온 몇 주후에 이례적으로 말콤 글래드웰이 자신의 비평에 대해 답변을 한다. 사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문화계와 경제계에서 큰 대우를 받고 있지만, 사회·과학계에서는 과학적 사실을 너무 단순화한다고 비평을 받아온지 오래 되었다.(6)(7)
그의 반박 내용은 에릭슨 박사의 연구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신은 과학적 사실을 단순화시켜 독자에게 전달하는 저널리스트라며 다음의 명언을 남긴다. 가끔 단순화시켜야만 할 때가 있다. (Somtimes you have to oversimply). 그는 또한 자신이 다른 사람들이 대화할 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해명한다.
개인적으로 핵심 주제를 약간 벗어나 자신을 변명하려는 그의 말투에서 나는 약간… 아니 대단한 실망감을 느꼈다. 워낙 그의 책을 좋아했던터라. 여하튼 아래 그 문제의 동영상이 있다. 보고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백번 양보해서 그는 과학자가 아니라 저널리스트다. 그렇기에 그는 어렵고 난해한 전문가들의 논문에 생동감 있는 현장 사례와 흥미로운 이야기를 덧붙여서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게 하는 일을 완벽히 해냈다. 그 결과, 그의 책은 언제나 베스트셀러다. 그리고 그는 가장 인기있는 석학으로 소개된다.
하지만, 저널리스트가 사회과학적 사실을 다루는 데 있어서 충분한 공부와 훈련이 부족하다면 언젠가는 그 밑천이 드러나고 말 것이다. 그래서일까? 근래에 그가 출판한 책 ‘Talking to Strangers‘ (한국에서는 ‘타인의 해석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로 출판되었다.)는 과거에 비해 그의 날카로움이 덜하고, 사회과학적 사실을 두리뭉실하게 표현했다고 혹독한 비평을 받고 있다.(8)
1만시간 연습 = 성공?? 그 두 번째 싸움
지금까지 전반전에서는 과학자와 저널리스트 간의 설전을 지켜봤다. 전반전이 흥미로웠다면 다음 후반전은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이번에는 ‘1만 시간의 연습’을 두고 안드레스 에릭슨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잘못되었다고 반박한 사회심리학팀이 나타났다. 그렇다. 이번 후반전은 과학자와 과학자 간의 또 다른 설전이 진행된다.
‘1만 시간’의 노력도 재능이 있어야…
미국 미시건대, 프리스턴 대학교, 라이스 대학교의 공동연구진이 연습량과 선천적인 재능의 상관 관계를 연구했던 88개의 기존 연구 논문들을 세밀하게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음악·스포츠·체스 등의 분야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되는 경우는 전체의 3분의1도 되지 않았다. 노력한 시간이 실력에 영향을 미치는 비중은 ‘음악·스포츠·체스 등의 분야’에서는 20~25%, ‘학술 분야’에서 불과 4% 정도 밖에 되지않았다. 이 연구의 결론은 어떤 분야에서든지간에 선천적인 재능이 없다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확률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9)
공동 논문의 저자이자 미시간주립대 심리학 교수 잭 햄브릭(Zach Hambrick)은 연구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10)
“우리는 2007년에 아르헨티나 체스 선수들의 연습량과 재능에 대해 조사를 했었어요. 104명 체스 선수 중 일부는 최상급 실력에 도달하는데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26년이 걸린 선수들도 있더군요. 게다가 평생을 훈련과 연습으로 보낸 선수들 중에 최상급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도 많더군요. 더 놀라운 건, 1만 시간을 연습했어도 중급밖에 도달하지 못한 선수가 꽤 있었다는 점이죠.
2014년 이번에 우리는 ‘연습량과 재능’에 대해 연구했던 88개의 논문 모두 확인해봤어요. 연구결과는 우리가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더군요.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은 필수예요. 하지만, 선천적인 재능과 비교해봤을 때 노력은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만큼의 성공의 필수 요소는 아닐 수 있습니다.“
잭 햄브릭 교수는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재능과 함께 나이와 환경적인 조건도 중요하다고 강조하여 설명한다.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언어 능력과 직결된 전두엽이 일찍부터 발달하기 때문에 늦게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보다 언어적 감각이 더 뛰어나요. 마찬가지로 체스, 바이올린, 축구 등을 일찍 시작할수록 더 빠르게 기술을 연마하고 발전시킬 수 있죠.
한 분야를 배울 때 관련 분야와 함께 배울수록 학습 진도와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이번 연구로 알아냈어요. 예를 들어 자유형과 배영을 동시에 배우기 시작한 사람은 자유형이나 배영 둘 중 하나만 배운 사람보다 월등히 배우는 속도가 빠르고 기량도 뛰어났어요.”
‘1만 시간의 정교한 연습’ 실험은 잘못
잭 햄브릭 교수는 안드레 에디슨 교수의 연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는다. 단지 노력은 중요하나 재능과 나이, 그리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 줄 수 있는 환경 등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외부적 요소가 함께 어울려야 비로소 최고라는 정점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와는 비ㅏㄴ대로 안드레 에디슨 교수의 연구 자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연구도 있다.
브룩 맥나마라(Brooke Macnamara)의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심리학 연구팀은 1993년의 안드레스 에릭슨 연구팀의 연구를 다시 검증해 보기로 했다. 맥나마라 연구팀은 기존과 똑같은 방법으로 연구를 실시하였으나, 그 결론은 1993년과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11)
연구 결과, 선생님이 될 정도의 덜 숙력된 바이올린 연주자들(Teacher)은 20살까지 평균 약 6000여 시간을 연습한 반면에 좋은 수준의 연주자(Good student)와 뛰어난 연주자(Best student)는 1만 시간 이상의 연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좋은 수준의 연주자와 뛰어난 연주자 간의 연습량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연주자의 연습 시간이 뛰어난 연주자의 연습 시간보다 500여 시간 가량 더 많았다.
맥나마라 교수는 잭 햄브릭 교수의 연구결과와 비슷한 결과를 도출하였고, 재능이 중요하다고 말하였다. (12)
“저희 연구결과에서 보여주듯이, 연습이 실력을 결정짓는 주요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냈어요. 엘리트 수준의 고도로 숙련된 경우에는 연습량에 관계없이 다른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아요. 예를 들어 체스의 경우에는 지능과 작업기억의 활동량에 따라, 스포츠에선 산소 이용률에 따라 그들이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결정돼요. 즉, 선천적인 재능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죠.”
맥나마라 교수 연구결과를 본 안드레스 에릭슨의 반응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안드레스 에릭슨 교수와 같은 연구원이었던 랄프 크램프 교수의 반응은 이번 연구결과가 당연하단 듯이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그러면서 에릭슨 교수는 1993년의 연구와 이번 연구가 결코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12)
“뛰어난 연주자 (Best student)와 좋은 수준의 연주자 (Good student) 사이에는 객관적인 차이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같은 양의 연습을 했다는 사실엔 별로 놀랄만한 일이 아니죠. 당연히 연습이 전부가 아니죠. 연습의 질이나 교수, 학부모 지원이 중요해요.”
잭 햄브릭 교수와 맥나마라 교수 연구팀의 공통점
‘1만 시간의 법칙’은 개인이 정상에 오르지 못하는 원인을 단순히 노력이 부족해서라며 모든 실패의 원인을 개인에게 떠넘긴다. 그러나, 잭 햄브릭 교수와 맥나마라 교수 연구팀은 공통적으로 연습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재능과 재능을 받쳐줄 연습의 질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재능을 받쳐 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잭 햄브릭 교수는 인터뷰에서 재능과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기쉬운 ‘1만 시간의 법칙’의 결론 정리
- 말콤 글래드웰이 주장했던 ‘1만 시간’이란 것은 결국 재능이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노력을 말한 것이었다.
- 재능을 발현하기 위해 1만 시간보다 적은 시간이 필요할지 몰라도, 그 재능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최고의 코치와 함께하는 정교한 연습이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그런 최고의 코치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 최고의 코치 외에도 실전과 같은 연습이 필요하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학생이면 최소 지역 피아노 콩코르 대회에 출전해야 할 것이며, 테니스의 제왕이 되려면 최소 주니어 윔블던 대회에 출전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똑같은 질문 하나 하겠다. 실전 같은 훈련과 대회를 나가게 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 어떤 분야의 최고가 되도록 자녀를 교육시키겠다면 정말 어렸을 때부터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고 최고의 선생님 밑에서 꾸준히 교육을 시켜야만 한다. 그렇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아무리 재능이 없고 주위의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도 무조건 노력으로 승부를 걸겠다면 잭 햄브릭 교수가 말했던 내용을 다시 살펴보자. 그는 돌려서 말했지만 그의 말은 날이 새파랗게 선 칼과도 같이 냉혹하다. 그는 최고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 조건은 재능과 자질이라고 말하면서, 하고자 하는 일에 재능이 없다고 판단되면 열심히 노력할 필요도 그만큼의 지원도 필요 없다고 말한다.
마무리 – 1만시간? 결론은 돈
처음 글을 읽었을 때는 교수들 간의 설전에만 집중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더 읽으면 당신도 모르게 등 뒤의 서늘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이 글의 결론은 ‘재능을 꽃을 피우고 그 분야의 최고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결국 부가 풍족한 집안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난한 집안의 아이가 그의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 엄청난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끝없는 노력으로 결국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다는 이야기가 뉴스에 거론되는 것은 그만큼 확률이 낮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원하고 믿고 싶은 해피앤딩이기 때문이다. 결국 숨겨진 재능이 있는 가난한 아이의 성공 스토리는 현실이 아닌 우리가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일 뿐이다.
출처
- 1)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 김영사, 2009/1/15
- 2) Ericsson. K., Krampe. R., Clesman, T., The role of deliberate practice in the acquisition of expert, Psychological Review, 1993/7
- 3) Anders Ericsson, Malcolm Gladwell got us wrong: Our research was key to the 10,000-hour rule, but here’s what got oversimplified, Salon, 2016/4/10
- 4) Shana Lebowitz. If you’re having fun practicing, you’re doing it wrong — no matter what you’re trying to learn, Business Inside, 2016/6/16
- 5) Ben Carter, Can 10,000 hours of practice make you an expert?, BBC NEWS, 2014/3/1
- 6) Eric J. Hollenberg, Why You Shouldn’t Trust Malcolm Gladwell, The Harvard Crimson, 2014/8/7
- 7) Steven Pinker, Malcolm Gladwell, Eclectic Detective, The New York Times, 2009/11/7
- 8) Andrew Ferguson, Malcolm Gladwell Reaches His Tipping Point, The Atlantic, 2019/9/10
- 9) Brooke. N., Hambrick. D.,, Oswald. F., Deliberate Practice and Performance in Music, Games, Sports, Education, and Professions: A Meta-Analysis, Department of Psychological Sciences, 2014/7/1
- 10) Benedict Carey, How Do You Get to Carnegie Hall? Talent, The New York Times, 2014/7/14
- 11) Macnamara. B., Maitra. M., The role of deliberate practice in expert performance: revisiting Ericsson, Krampe & Tesch-Römer (1993), Royal Society Open Science 2019/8/21
- 12) Ian Sample, Blow to 10,000-hour rule as study finds practice doesn’t always make perfect, The Gurdian, 2019/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