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뭐가 있다는 거야??”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든 아이들이 한 권의 책 앞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책 속에 들어갈 듯이 얼굴을 파묻는다. 눈을 한껏 찌푸리고 책에 시선을 고정한 친구, 엉덩이를 쭉 뒤로 빼고 허공의 뭔가를 응시하는 친구, 두 눈 사이에 검지 손가락을 올려놓고 책을 들여다보는 친구 등 그 모습이 각양각색이지만 모두가 진지하게 책 안에 있는 그림을 쳐다보고 있다.
일분여가 지날 무렵, 몇몇 친구들이 환호를 지르며 그림 속에서 무언가를 봤다며 호들갑 떨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전히 책 속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한 친구들은 도대체 책 안에 뭐가 있냐며 볼맨소리를 낸다.
1990년대 초중반, 알 수 없는 책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알 수 없는 기하학적 도형과 문양, 반복되는 패턴의 그림만 있는 책. 그런데 열심히 뚫어져라 쳐다보면 3D 입체 도형이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나는 놀라운 책. 누구나 쉽게 볼 수가 없어서 더욱 매력적이었던 책. 바로 매직아이(Magic Eye)다.
지금은 대중에게 완전히 잊힌 추억 속 유행에 지나지 않는 매직아이. 그러나 예전만큼의 명성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매직아이 책은 아직까지 꾸준히 출판되고 있으며 여전히 상업적 광고에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 오늘은 ‘매직아이’에 대해 자세히 다루어 볼 것이다. 매직아이의 탄생 비화부터 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시대의 트렌드’가 되었는지, 그리고 매직아이를 처음으로 만들었던 책의 저자는 지금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등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재미있는 매직아이의 숨겨진 역사를 살펴본다.
그리고, 매작아이의 숨겨진 역사를 이야기하는 사이사이에 매직아이의 숨겨진 과학적 원리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잘 볼 수 있는지, 그리고 매직아이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 등도 함께 다룬다.
‘매직아이의 숨겨진 역사 그리고 그 외 모든 것.’은 소소한 읽을거리를 찾는 분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매직아이(Magic Eye)란?
‘매직아이’는 1990년대에 유행한 입체화 영상 그림으로 정식 명칭은 ‘오토스테레오그램(Autostereogram)’이라 불린다.
매직아이의 그때 당시 인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총 73주 동안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Magic Eye: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식’은 독일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매직아이는 전 세계적에서 25개 이상의 언어로 2천만 권 이상이 판매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에서는 정식 출판되지 않았음에도 “올해의 제품”상을 수여받았다는 점이다. 1990년대 당시의 한국에서는 ‘출판물 저작권’이란 개념이 희박했다. 그래서 그때 당시 출판된 ‘매직아이’ 도서는 저작권을 합법적으로 구입하지 않은 불법 도서였다.(1)
‘매직아이’를 만든 톰 바세이(Tom Baccei), 인생은 챕터 북
매직아이로 수천억 원의 돈을 벌었던 톰 바세이(Tom Baccei)는 현재 미국, 버몬트 주의 웨스턴 페어리(West Fairlee)에서 작은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미국 어딘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다소 조용해 보이면서 인상 좋은 할아버지. 그러나 그는 자신을 ‘이 시대의 진정한 히피’라고 소개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하나하나 이야기하기 시작한다.(2)
“인생은 4개에서 5개의 챕터가 모여 이루어진 하나의 책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하나의 챕터였던 ‘인생의 찬란했던 한 부분’이 자신의 인생 – 그 모든 것인 양 착각하고 살아갑니다. 그때 당시엔 잘 나갔는데.. 그때가 진짜 내 전성기였는데… 그렇게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나를 비교하며 끊임없이 후회하고 괴로워합니다.
그러나 그건 틀렸어요. 인생의 한 챕터를 마무리해야 다음 인생 챕터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매직아이로 미친 듯이 바빴던 그때는 제 인생의 하나의 챕터 일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그땐 기대만큼 재미있지도 않았어요. 매일 피곤에 절었던 나날이었죠.
챕터 1. 60년대를 즐긴 진정한 히피가 되다.
톰 바세이는 자신의 첫 번째 챕터였던 대학시절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미국 코네티컷 주, 작은 소도시 토링턴(Torrington) 토박이였던 그는 1961년 코네티켓 대학(the University of Connecticut)에서 수학을 전공했지만, 학위 졸업은 하지 못했다. 그는 60년대를 정신없이 즐기느라 너무 바빴다고 그때 당시를 회상한다.
“전 호기심 많은 학생이었어요. 그러나 결코 모범생은 아니었죠. 솔직히 대학생활은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수업시간에 밥딜런(Bob Dylan)의 콘서트를 보러 다녔고, 비폭력 평화주의 집회나 행진에 참여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었어요.
전반적으로 사회가 절망과 불안에 휩싸였던 시기였죠. 한마디로 야생(wild)의 시대였고, 저 또한 야생의 피가 흐르고 있어서 그쪽에 끌리는 건 당연했죠.”
그는 히피 그 자체였다. 자유로운 영혼이었으며 인생을 흘러가는 데로 즐길 줄 알았다. 그는 블루스 음악가로 잠시 활동했고, 보스턴 대안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으며, 가구를 제작하는 목수일도 잠시 했다. 그리고, 대단한 초록 거북이(Great Green Tortoise)라 불리는 버스 회사의 운전기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주 고객층은 히피족인데 그들을 미국 전역의 온천이나 좋아할 만한 관광명소로 데려다주는 일을 맡았다. (참고로 Green Tortoise는 아직도 미국 전역의 관광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바세이는 자신의 일에 만족했다. 즐겁고 행복한 사람들과 낭만적인 여행을 함께 하는 추억은 그에게 큰 보람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젊을 수 없었고 60세 이후의 노후도 생각해야만 했다.
그래서 즐겁고 행복했던 히피의 삶을 마무리하고 따분하고 지루한 회사원으로의 삶을 선택하기로 결정한다.
챕터 2.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강렬한 착시 현상’을 만나다.
몇 년 후, 그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외곽에 위치한 컴퓨터 하드웨어 회사인 펜티카 시스템(Pentica Systems)에서 초기 컴퓨터를 디버깅하는 데 사용되는 회로 에뮬레이터, MME를 전국 무역 잡지에 광고하는 업무를 맡는다.
그는 신제품을 연기자의 동작과 표정만으로 연극을 하는 팬토마임(Pantomime)으로 광고를 해보자는 기획을 한다. 그리고 촬영날 당일, 마임을 담당했던 배우가 재미있는 물건을 갖고 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론 라베(Ron Labbe)라는 친구가 신기한 물건을 갖고 왔어요.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 스테레오 월드(Stereo World)라는 잡지를 통해 구입한 스테레오 카메라( stereo camera)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물어봤죠. 스테레오 카메라가 뭐냐고. 그러자 그가 한참을 3D 사진에 대해 말해주더군요.
호기심이 생겨서 스테레오 월드란 잡지를 구입해서 읽어봤어요. 입체 이미지와 모호한 게임과 퍼즐 등을 다룬 잡지였는데 거기서 ‘스테레오그램’을 운명처럼 만났습니다.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보면 3D처럼 튀어나온다.’라는 설명 문구와 함께 있는 그림 한 장. 놀랍게도 그건 사실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강렬한 착시 현상’이었죠.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치더군요. 이걸 이용해서 상품 광고를 해보면 어떨까?
추가정보 #1. 스테레오그램의 역사와 원리
톰 바세이가 잡지책에서 처음 접한 스테레오그램(Steregogram)의 역사는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발명가였던 찰스 휘트스톤 (Charles Wheatstone)은 인간이 갖고 있는 두 눈의 시각적 차이를 교묘하게 이용해 ‘깊이의 환상(Illusion of Depth)’을 만들어낸다.
그 이후, 1959년에 인지 심리학자, 벨라 줄레스(Bela Julesz)에 의해 ‘스테레오그램’이 과학적으로 정립되었고, 그의 제자 크리스토퍼 타일러(Christopher Tyler)에 의해 매직아이의 기틀이 만들어진다.(3)
더 자세한 설명은 아래의 슬라이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챕터3. 스테레오그램 광고를 만드는 회사를 설립하다.
스테레오그램을 사용한 희한하고 새로운 형태의 광고!
톰 바세이의 생각은 옳았다. 그의 광고는 그야말로 초대박을 친다.
그는 ‘펜티카는 퍼즐을 사랑합니다.’라는 시선을 확 끄는 광고카피와 함께 펜티카(Pentica)의 새 제품 모델명, ‘M700’이 숨어있는 스테레오그램 사진을 광고 상단에 위치시켰다. 그리고 숨겨진 메시지를 찾으면 경품을 준다는 문구와 함께 볼 수 있는 방법을 간단히 적어놨다.
광고가 나간 후, 회사에는 매일 엄청난 양의 우편물이 도착했다. 모두가 광고를 보고 보낸 우편물들이었다. 점차 ‘펜티카 광고 미스테리 그림 풀기’가 소문을 타고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하면서, 잡지책에서 펜티카 광고가 있는 페이지만 찢어서 자신의 사무실에 한쪽 벽에 붙여놓고 유심히 쳐다보는 사람들이 생겼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 볼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달라며 전화하는 경우도 있었다.
펜티카의 새 제품 홍보는 성공적이었지만, 톰 바세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 놀라운 경험을 통해 스테레오그램으로 돈방석에 앉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과감히 펜티카를 나와 ‘NE Thing Enterprises‘라는 자신의 회사를 설립한다.
그는 제일 먼저 스테레오그램을 좀 더 발전시켜 줄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밥 살리스키(Bob Salitsky)를 고용한다. 살라스키는 펜티카에서 함께 근무했던 직장 동료였으며, 그가 알고 있는 가장 훌륭한 프로그래머였다. 그와 함께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스테레오그램의 이미지를 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었고, 단조로운 검은 점 형태를 벗어나 다양한 색상이 있는 문양과 도형으로 선명한 3D 이미지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충분한 기술력을 갖췄지만, 바세이는 자신의 상품에서 뭔가의 허전함과 부족함을 느꼈다. 몇 일의 오랜 고민 끝에 마침내 무엇이 부족한지 깨닫는다.
그것은 바로 예술성과 미학.
바세이는 보스턴 외곽의 컴퓨터 그래픽 회사, 이미지어블리티(Image Ability)에서 근무하고 있던 프리랜서 아티스트, 셰리 스미스(Cheri Smith)를 찾아가 함께 일할 것을 권유한다. 그는 그때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저는 스미스양을 직접 찾아가서 지금까지 만들어온 스테레오그램을 보여줬어요. 그러자 그녀는 스테레오그램이 갖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단번에 발견해내고 이렇게 한마디 하더군요.
“이거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 있겠는데요.”
제가 그녀의 말에 바로 응답했죠.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에 예술이 합쳐지는 순간이였습니다. 우리는 더 복잡하고 아름다운 3D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않고 열심히 연구하고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추가 정보 #2 – 매직아이 보는 방법 그리고 매직아이 보기
톰 바세이, 셰리 스미스 그리고 밥 샬라스키는 스테레오그램을 한단계 더 진보시켰다. 단조롭던 구체 이미지만 보여주던 기존의 방식에서 생동감있고 더욱 뚜렷한 3차원의 입체적 환경을 보여주는 스테레오그램은 하나의 완벽한 그림이자 새로운 형태의 예술 작품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매직아이가 도대체 무엇인지 무척이나 보고 싶어 질 것이다. 그래서 바세이의 이야기는 잠시 중단하고 매직아이를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앞서 언급했듯이, 매직아이는 쉽고 간단하게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보기 위해선 조금의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매직아이를 보는 방법은 크게 다음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이 두 가지 방법 중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아래의 그림 속에서 숨겨진 놀랍고 신비스로운 매직아이를 찾아보자.(4)
- 평행법 : 눈의 초첨을 그림의 뒤쪽에 위치시켜 눈에 보이는 상을 두 개로 만든다. 그리고 두 개의 상을 겹쳐 입체감 있는 하나의 상을 만든다. 이 방법은 매직아이의 그림보다 눈의 초점을 더 멀리 가져가야만 한다. 쉽게 멍하게 쳐다보는 느낌으로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 교차법: 눈을 교차시키는 방법으로 오른쪽 눈은 왼쪽 대상을, 왼쪽 눈은 오른쪽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다. 눈을 약간 내리뜨는 기분으로 보면 조금 더 잘 보인다. 만약 그래도 볼 수 없다면 눈앞에 검지 손가락을 두고 손가락에 초점을 맞춰본다. 그런 상태에서 슬쩍 뒤의 형상을 보게 되면 마침내 그림이 입체적으로 보이게 된다.
챕터4. 매직아이(Magic Eye®)를 탄생시키다.
톰 바세이의 회사, NE Thing Enterprises가 만든 광고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았다. 그들은 신문광고, 포스터, 달력, 머그컵, 티셔츠, 도시락 등 여러 곳에 붙일 수 있는 광고를 제작했는데, 시리얼 회사의 광고에는 ‘Buy Me’가 숨어있는 스테레오그램 광고로 의뢰인을 만족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화장실 벽에서 그들이 만든 광고를 볼 수 있을 정도까지 인지도가 크게 높아진다.
“회사의 평판이 좋아질 무렵, 엄청난 거물에게서 광고 의뢰를 받았습니다. 광고 의뢰인은 아메리칸 에어라인(American Airlines) 항공사였죠. 그들은 기내 잡지 아메리칸 웨이(American Way)에 실릴 ‘자사 홍보용 광고’를 만들어달라고 의뢰했어요.
저희는 이 프로젝트를 멋지게 해냈죠. 항공사 비행기가 이륙 후 저희가 만든 광고의 비밀문구를 가장 먼저 찾는 탑승객에게 샴페인을 공짜를 주는 이벤트를 벌일 정도로 인기가 좋았어요.
그리고 더 큰 행운이 따라왔습니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한 일본인 사업가가 저희 광고를 우연히 보고 연락을 해왔죠. 계약을 하고 싶다고…
1991년, NE Thing Enterprises에게 다양한 마술 제품 판매로 유명한 일본 회사, 텐요(Tenyo Co., Ltd)가 접촉해 온다. 텐요는 스테레오그램으로만 이루어진 책 출판을 목적으로 NE Thing Enterprises와 라이센스 계약을 정식 체결한다.
톰 바세이는 자신의 스테레오그램을 ‘Stare-e-os, Amazing 3D Gaze Toys’라고 불렀지만, 일본 회사 중역들은 그 이름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들은 눈에 확 띄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름이 우리가 모두 아는 ‘매직아이(Magic Eye)’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매직아이가 눈의 근육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눈의 피로 회복, 뇌 활성화, 시력 향상에 좋다는 내용을 함께 넣어 책 광고를 시작한다.(일본 책 제목은 ‘Miru Miru Mega Yokunaru Magic Eye – 당신의 눈이 좋아지는 매직아이’였다.)
톰 바세이는 이때부터 그들이 만든 모든 스테레오그램을 ‘매직아이’라고 부르고, NE Thing Enterprises의 자회사로 매직아이(Magic Eye®)를 설립한다.
전 세계에 매직아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챕터5. 매직아이(Magic Eye®) 전 세계를 매료시키다.
톰 바세이는 계약 채결과 책 판매를 위해 도쿄로 날아갔다. 그리고 한 동안 언어가 통해지 않는 외국 땅에서 손짓과 몸짓을 해가며 책을 홍보하고 다녔다. 일본에서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매직아이’는 시리즈로 만들어졌고, 일본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신문·잡지·라디오·TV 등의 다양한 매스컴에서 앞다투어 매직아이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바세이는 일본 내에서의 큰 성공으로, 매직아이가 다른 나라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바세이는 세계의 여러 대형 출판사와 긴밀한 접촉을 갖으려 했지만, 일본 텐요의 방해로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텐요는 라이센스의 독점권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철저히 다른 출판사와의 계약을 집요하게 방해했어요. 그리고 그때쯤 한국의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터무니없는 낮은 가격의 로열티(royalty)를 제시하면서 거래를 요구하더군요. 저는 그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죠.
그런데 그 출판사는 자신에게 팔지 않으면 훔치겠다고 되려 협박을 하더군요.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한국의 출판사는 저희 허락없이 일본에서 출판된 책의 내용을 무단 도용해서 한국에서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공교롭게 한국에서 발간한 책이 홍콩에서 ‘올해의 상품(product of the year)’에 선정됐어요.
여러 가지 안 좋은 소식들이 저를 무척 화나고 지치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소한 것들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어요. 고칠 수 없는 것, 한계 밖의 것에 대해 쓸데없이 너무 많이 걱정하는 것은 정신적 에너지의 낭비(psychic energy)라는 사실을 그때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다행히도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기내 잡지, ‘아메리칸 웨이’에서 매직아이의 놀라운 잠재력을 발견한 것은 일본뿐만이 아니었다. 미국 내에서 라이센스 에이전트로 단단한 입지를 쌓고 있었던 마크 그레고렉(Mark Gregorek)은 잡지책의 광고를 보자마자, 매직아이가 ‘시대의 트렌드’이자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레고렉은 수소문 끝에 바세이에게 연락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바세이에게 당신의 매직아이 라이센스를 자신에게 맡기면 당장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며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레고렉은 바세이를 백만장자로 만들어 주었다. (5)
1993년, 그레고렉의 도움으로 일본을 벗어나 마침내 미국 본토에 매직아이가 상륙한다. 매직아이의 성공은 이미 예견된 당연한 일이였다.
도서 출판사, 앤드류 맥밀(Andrews McMeel)가 출판한 ‘Magic Eye’ 초판 30,000만 부가 빠르게 매진되어 하루 만에 급히 50,000부를 더 찍어내야만 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다음 해 1994년은 ‘매직아이의 해’였다. 출간된 세 권의 매직아이 시리즈는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72주 동안 올랐으며, 영국과 독일 등 유럽에서도 큰 호응을 얻는다.
매직아이가 새롭고 신선한 광고 방법 중 하나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자 브랜드 업체는 앞다투어 매직아이로 자신의 브랜드 상표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열을 올린다. 그 결과, 매직아이는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마벨 코믹스 등과 같은 초대형 글로벌 기업과 라이선스 협업을 맺고 다양한 제품을 출시한다.
“우리는 매직아이로 1억 달러 (한화 1,100억 원)를 벌어들였습니다. 그 당시 자동차, 집, 비행기 등 저는 제가 살 수 있는 모든 것을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행복하지 않았어요. 솔직히 엄청나게 피곤한 나날들이었습니다. 저와 스미스를 포함한 직장 동료들 모두가 일주일 내내 15시간 이상씩 근무해야만 했어요.
챕터6. 매직아이(Magic Eye®)의 인기가 사그라들다.
유행에는 수명이 있다지만, 매직아이의 수명은 짧아도 너무 짧았다. 불과 2년여만에 매직아이의 판매 수익이 내리막을 걷기 시작한다. 한때 25달러에 판매되던 매직아이 착시 포스터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불과 5달러에 살 수 있었다. 퀄리티가 낮은 저렴한 짝퉁이였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생겼다. 사람들이 매직아이를 더 이상 새롭고, 신선하고, 재미있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매직아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시장은 포화상태였고 매직아이는 외면받기 시작했다. 바세이는 경영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매직아이는 이미 정점에 도달했으며 이제 하향 곡선을 타고 바닥으로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만 했다.
바세이는 매직아이와 함께 했던 인생의 한 챕터가 끝났음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모든 것을 정리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회사 지분의 대부분을 자신의 동료이자 절친인 셰리 스미스(Cheri Smith)와 앤디 파라스케바스(Andy Paraskevas)에게 매각하고 경영권을 완전히 내려놓는다.
매직아이 열풍이 30년이나 지난 지금, 현재까지도 여전히 셰리 스미스는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주의 프로빈스타운(Provincetown)에서 매직아이 회사를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매직아이는 이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Creative Agency)를 표방하고, 매직아이의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원하는 회사의 브랜드, 제품, 포스터 등을 위한 맞춤 광고 제작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25주년 기념 매직아이 책을 출판했으며, 캡틴마블(Caption Marvel)이라는 디즈니 영화의 광고 일부를 맡기도 했다.
추가정보 #3. 여전히 매직아이는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유행은 사라지나 스타일은 영원하다.’라는 말은 매직아이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아무런 장비없이 단지 두눈을 통해 3차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게다가 인터넷과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매직아이는 새롭게 진화되어 서브 컬쳐와 복고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그 대표작들을 소개해 본다.
🙄더욱 뚜렷하고 예술적인 매직아이 아트
그래픽 기술의 발전은 매직아이를 순수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단순히 3차원의 사물을 보여주는 시각적 트릭을 넘어 예술가의 의도와 메세지를 담은 예술작품이 되었다. 여기 놀랍고 신비스러운 매직아이 아트 몇 작품을 소개한다.
🤩매직아이 뮤직비디오
이제 어느 정도 매직아이를 볼 수 있게 되었다면 이건 어떨까?
영 리버(Young Rival)라는 밴드그룹은 매직아이만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실험을 한다. 디렉터 자레드 랍(Jared Raab)은 동작을 감지해 게임을 하게 만들어주는 엑스박스 360 게임기의 주변기기, 키넥트(Kinect)를 활용해 ‘깊이의 미학’을 완성시켰다. 영 리버의 ‘”Black Is Good”에서 매직아이의 매력에 빠져보자.(6)
🤔매직아이 만들기 사이트
매직아이로 비밀 메세지를 보내거나 암호 찾기 놀이를 하면 꽤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이미 꽤 많은 사이트가 온라인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매직아이를 제작할 수 있는 서비스를 무료로 해주고 있다.
그중 가장 괜찮은 사이트 하나를 추천한다. Make a Stereogram은 다양한 패턴안에 원하는 물체나 글씨, 혹은 그림 등을 그려넣어 매직아이를 만들어준다. 몇번의 클릭만으로 만들어진 나만의 매직아이는 PNG 이미지 형태로 저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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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챕터. 이 시대의 진정한 히피가 되다.
톰 바세이(Tom Baccei)는 매직아이의 경영권을 내려 놓은 후, 그가 갖고 있는 포르세와 비행기, 집과 그밖의 모든 것들을 판다. 그리고 조용하고 한적한 미국의 전형적인 농촌, 버먼트 주의 웨스턴 페어리(West Fairlee)에서 ‘자신의 새로운 챕터 – 히피의 삶’으로 써내려가기 위해 36만평의 들판과 120만평 부지의 넓은 삼림 지대를 구입한다.
매직아이가 처음 서점을 강타한 지 대략 2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히피’가 되었다. 그는 여전히 재미를 위해 여러가지 발명을 계속하고 있으며, 물리학과 공학 그리고 미적분학에 관한 책을 읽는다. 그리고 가끔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정원을 가꾸며 자신만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챕터’를 하나하나 들려주고 마지막으로 ‘인생은 핀볼 게임과 같다.’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준다.
“우리의 인생은 수많은 장애물이 가득 차 있는 핀볼 게임과 같습니다. 장애물을 극복하고 다양한 목표와 도전을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해야 자신이 원하는 궤도에 오를 수 있습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핀볼 게임의 시스템을 이해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핀볼 기계와 싸우려고만 듭니다.
우리는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운명 또한 우리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자신 인생 챕터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인생의 한 챕터가 마무리되면 후회 없이 자신의 새로운 챕터로 나아갈 준비를 하면 됩니다. 인생은 최소 다섯 개 이상의 챕터가 모여있는 하나의 이야기 책이니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출처
- 1) About Magic Eye, MagicEye.com
- 2) EmmaJean Holley, West Fairlee Man Created a 1990s Sensation With ‘Magic Eye’, Valley News, 2017/12/8
- 3) Liz Stison, The Hidden History of Magic Eye, the Optical Illusion That Briefly Took Over the World, eyeondesign, 2022/6/11
- 4) 매직아이의 원리, 네이버 지식 백과
- 5) Jake Rossen, When Magic Eye Pictures Ruled the World—and Frustrated Millions of People, MENTAL FLOSS, 2020/5/7
- 6) Joe Berkowitzr, Remember Those Magic Eye Posters? This Band Just Made a Magic Eye Music Video, Fast Company, 2014/2/4